“방송 심의 벌점 2배로 높여 재승인 심사때 반영”
방송통신위원회가 ‘객관성’ ‘공정성’ 등의 항목에서 심의에 적발되는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지금보다 벌점을 최대 2배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치권과 방송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애매한 기준을 앞세워 권력의 입맛에 맞게 방송을 길들이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방통위는 23일 예정된 상임위원 전체회의에 이런 내용을 담은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현재 방송 프로그램 심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담당하고 있다. 방통위는 주의 1점, 경고 2점 등 방심위 제재 수위에 따라 해당 방송 프로그램에 벌점을 부과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객관성 △공정성 △재난방송 △선거방송 항목에서 심의에 적발될 경우 벌점이 현재보다 2배로 높아진다. 방송의 품위 유지, 적절한 언어 사용 등 나머지 항목은 1.5배로 상향 조정된다.
방송사가 방통위로부터 벌점을 받게 되면 3년마다 받는 재승인 심사 때 불이익이 따른다. 1, 2점 차로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재승인을 얻지 못하면 방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방송사로서는 벌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 방통위 내부서도 “총선앞 언론자유 위축 우려” ▼
심의벌점 강화 추진 논란
하지만 벌점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 방통위 내부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비판을 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인데, 애매한 기준으로 벌점을 받게 되면 어느 언론이 할 말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야당 추천인 고삼석 상임위원도 “이렇게 군사작전하듯 언론사를 압박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에서 방송평가 문제를 다루는 산하기관인 방송평가위원회에서도 위원 전원(7명)이 이미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언론학계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 심의는 정치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는 데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벌점을 올리기 전에 심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정당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용 kky@donga.com·신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