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에 환경부 주도로 만든 ‘국가 물 수요관리 종합대책’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개편 없이 물 절약 기본 계획으로 활용하고 있다. 환경부는 당시 ‘물 수요관리 종합대책’을 세우면서 △노후 수도관 개량 △수도요금 현실화 △절수형 기기 보급 등을 통해 2016년까지 총 10억2100만 m³의 물을 아끼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사이 이상기후 등 기후 변화가 심해지면서 물 확보의 어려움은 커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택지 개발 및 아파트 입주 등이 늘어나 물 수요는 증가했지만 수요관리 대책은 8년 전 그대로다.
낡은 계획도 문제지만 그나마 있는 계획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0년 5억4901만 t이던 전국의 수도 누수량은 2014년 7억3986만 t으로 오히려 늘었다. 매년 팔당댐 가용저수량(2억4400만 t) 3배 정도의 물이 버려지는 셈이다.
낡은 계획에 의존하다 보니 정부는 가뭄 대책을 짜면서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물 수요관리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이 11일 물관리협의회에서 내놓은 ‘충남 서부권 물 부족 대책’에 포함된 물 절약 유도 대책은 주민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절수 지원 대책’에 그쳤다. 그 외에는 반상회에서 물 절약을 강조하는 홍보방안들이 그나마 절수 대책으로 제시됐다.
정부가 물 절약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는 사이 가용 수자원은 매일 줄어들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대청댐은 내년 1월, 소양강댐은 5월경 ‘용수공급 가능 기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 기한이 지난다고 수돗물이 완전히 끊기는 것은 아니지만 농업용수 공급을 줄이는 등 제한급수가 전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승일 고려대 교수(환경시스템공학)는 “수자원 인프라를 건설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물 절약은 바로 효과가 나타난다”며 “물 관리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워 적극적인 절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