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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친 日 “한국, 휴전선 이남만 지배”… 정상회담 악재로

입력 | 2015-10-22 03:00:00

[자위대 활동범위 논란]
日 방위상, 국방장관 회담 발언 파문




일본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서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는 문제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 정부 간 시각차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다음 달 초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추가되는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표면적으로는 협력의 목소리가 강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일친선협회와 일한친선협회, 재일민단 중앙본부 공동주최로 열린 한일친선우호 모임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한일 양국은 올바른 역사 인식과 선린우호 정신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전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영상 메시지에서 “앞으로의 50년을 내다보며 함께 손을 잡고 양국의 미래지향적인 새 시대를 구축해 나가자”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 문제는 한일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엇갈리는 민감한 소재여서 장기적인 이슈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북한을 군사적 위협으로 여기고 있어 집단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와 직결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일본은 ‘미일 신(新)밀월 시대’라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타국의 영역’, ‘국제법’ 등 포괄적인 표현으로 자위대의 활동에 제약을 두지 않으려 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자위대의 북한 내 집단자위권 행사는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의 틀 안에서 협의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유사시 우리의 국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한미일 안보토의(DTT) 등을 통해 일본의 군사활동이 조율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전날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이 “대한민국의 유효한 지배가 미치는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라는 일부의 지적도 있어 한미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뒤늦게 논란이 일자 정부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런 일본의 태도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일 협력을 원하는 미국을 향해 ‘난 착실히 할 일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한국을 압박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우리 정부가 일본과 군사협력 문제에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일본이 미국을 앞세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나 군수지원협정 등의 체결을 압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한미일 3국이 22, 23일 일본 도쿄에서 갖는 안보 현안 실무회의에서 북한을 영토로 규정한 헌법과 통일 과정의 당위성을 토대로 ‘한반도 상황의 특수성’을 설득하고 관철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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