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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유사시 한미일 대응, 오해와 진실

입력 | 2015-10-22 03:00:00

[자위대 활동범위 논란]
日 자위대 단독작전 O 日, 한국과 달리 전작권 행사
美병력 69만명 증파 X 미군 감축으로 실현 어려워
북핵처리는 한국 몫 X 美, 핵보유국 외엔 접근 불허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한반도는 극도의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혼란을 줄이려면 유사시 비상상황에 대비한 차분한 점검과 이성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유사시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입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차분한 논의가 실종된 듯하다. 그 대신 감정과 당위론만 앞세운 채 ‘이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의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고 한반도에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외교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한국과 달리 자위대는 직접 전작권 행사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공조해 작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국민이 위험에 빠지거나 일본의 사활이 걸린 극단적인 경우에 독단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통합막료장(합참의장에 해당)이 전·평시 작전지휘통제권을 모두 행사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국의 상황과는 다르다. 일본이 결심하고 움직이면 대등한 협조관계의 주일미군사령관이 막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얘기다. 미일 양국에는 한미연합사와 같은 공동작전 협의기구가 없다. 미일 방위지침(가이드라인)은 협력 범위를 규정한 문서일 뿐, 자위대를 끝까지 묶어둘 장치가 아니다.

박영준 국방대 교수는 “유사시 한미동맹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미일동맹의 힘도 빌려야 한다”며 “일본과 ‘제한적 협력’이 필요한 만큼 자위대의 역할을 어느 정도로 활용할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 당국자도 “자위대의 한반도 전개도 ‘무조건 안 된다’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오도록 허용할지 ‘시나리오’를 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유사시 미군 증원병력 69만 명 모을 수 있나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지난달 국회 국방위 국감에서 “유사시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 군 단독 작전과 훈련 계획을 만들어 숙달 중”이라고 밝혔다. 미군 증원병력 규모가 축소될 것에 대비하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작전계획 5027에 따르면 유사시 미국은 병력 69만 명과 항공모함 등 함정 160척, 전투기와 폭격기 1600여 대를 한반도에 파견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는 계획일 뿐이다. 미군은 이미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병력 부족에 허덕였다. 더구나 올해 2월 미국 국방부는 예산 감축 압박에 2018년 9월까지 육군병력을 45만 명으로 줄인다고 발표한 상황. 전 세계 미군을 다 끌어모아도 한국에 보낼 69만 명을 채울 수가 없다. 미국 사정을 잘 아는 학자는 “미군은 현재 전쟁이 벌어지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며 “미군 관계자도 최대 동원 가능한 병력이 10만 명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 핵무기는 한국 손으로 처리?

유사시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무기는 누가 처리할까. ‘통일이 되면 북한 핵무기도 한국 소유’라는 식의 생각은 그야말로 희망만 담긴 기대일 뿐이다. 미국은 핵확산방지조약(NPT)이 인정한 핵보유국이 아닌 국가가 핵무기에 접근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한국은 핵보유국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이 볼 때 한국은 핵무기 취급 권리가 없는 나라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차라리 중국이나 러시아와 협력해 북한 핵무기를 제거할 수는 있어도 한국에 맡길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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