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57·대구 동을)이 최근 강연이나 국정감사 등에서 한 말이다.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한편으로 사려 깊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지난해에도 ‘청와대 얼라(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라는 말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품위는 떨어져 보인다. 스스로 “내가 까칠해서(거칠어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가볍고 오만하게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뒤 지명도가 높아졌다. 그렇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냉담한 분위기가 많다. 유 의원이 훌륭한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려면 이런 상황을 두려운 자세로 직시해야 한다. 밖에서 아무리 이름을 알려도 집(지역구)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최근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만 전 동구청장(56)과의 대결을 앞둔 유 의원의 위상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지역구 발전 기대감도 이 전 청장에 비해 떨어진다는 조사도 있다.
유 의원은 ‘따뜻하고 합리적 보수’와 ‘개혁’을 자주 입에 올리지만 구호 수준이어서 공허하게 들린다. 주민들이 ‘저런 게 바로 따뜻함이고 개혁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실력이다. 일각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그가 지도자로 나아가려면 거칠고 거창한 말 대신 정교하고 구체적이며 사려 깊고 따뜻한 말을 통해 믿음직한 중량감을 쌓을 수 있어야 하겠다. 이런 세상물정조차 모른다면 ‘얼라’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