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상봉자들, 안타까움 토로 “일회성 아닌 상봉 정례화 절실”
2007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두 동생을 만났던 고영범 씨(73)는 21일 TV로 전해지는 이산가족 상봉단의 모습을 보고 “제발 한번만이라도 (동생을) 더 만나고 싶다”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미 한 차례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했지만, 단 한번의 행사는 더욱 큰 그리움을 남겼다. 과거 상봉행사에 참여했던 이산가족들은 올해 상봉 장면을 지켜보며 북쪽 가족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애타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형님, 칠순잔치 때 연락 한 번 주소. 연락주면 나 꼭 찾아가리다.”
고 씨의 눈에는 호탕하게 웃으며 속절없이 칠순잔치 얘길 꺼낸 동생의 웃는 모습이 아직도 선했다. 그런 동생이 이별의 순간 멀찍이 떨어져 몰래 눈물을 훔치던 모습도 잊혀지질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을 만났던 기쁨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우울증에 빠지게 만들었다.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있는 동생에게 연락이라도 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상봉단 한 명 한 명이 나 자신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2009년 아버지를 모시고 북쪽의 고모를 만났던 송성호 씨(56)는 “고모와 사촌형제들을 다시 볼 수 없어 답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이 단 한번에 그치는 탓에 아버지가 상봉 이듬해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조차 북쪽 가족에 전하지 못했다. 송 씨는 “일회성 상봉이 서신교환이나 생사 확인으로라도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가족을 만난 만큼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다. 윤 씨는 “이젠 (다시 상봉하는 것조차) 너무 늦었다”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상봉이 정례화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