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경주署 내동파출소 이기태 경위 순직 철로위에 누워 완강히 버티던 10대… 마지막까지 붙잡고있다 함께 참변 사고장소 커브길… 기관사 못 본듯, 같이 구조나선 김태훈 경사는 중상
이날 오전 11시 55분경 울산 북구 신천동 청구아파트 앞 동해남부선 철길에서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소속 이기태 경위(57)와 김태훈 경사(45), 자폐성 장애 2급인 김모 군(16)이 경주에서 울산 방향으로 달리던 화물열차(Y3091)에 치였다. 이 사고로 이 경위와 김 군이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 경사는 오른쪽 다리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멀리 열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두 사람은 김 군의 몸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김 군의 가슴을 끌어안고 놓지 않던 이 경위는 결국 순식간에 다가온 열차에 치여 김 군과 함께 숨졌다. 김 경사는 가까스로 열차를 피했지만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사고가 난 철길은 야산을 끼고 도는 굴곡진 곳이어서 기관사가 이들을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숨진 이 경위는 1982년 10월 경찰관이 됐다. 2008년 9월 경위로 승진해 파출소에서 주로 근무했다. 올 7월 정기인사에서 내동파출소에 발령받았다. 3년만 있으면 정년을 맞는다. 그의 부인은 행정공무원이며 두 아들(26세, 19세)이 있다. 이 경위는 사고 현장 인근의 울산 21세기병원에 안치됐다.
오병국 경주경찰서장은 “이 경위는 한 번 일을 맡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낼 정도로 책임감이 투철해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다”며 안타까워했다. 오 서장은 “경찰의 생일인 경찰의 날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장애인을 순찰차에 태워 안전하게 집에 데려 주려다 사고로 숨진 이 경위의 희생정신에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부상한 김 경사는 현재 경주 동국대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치원 경북지방경찰청장 주재로 유족들과 함께 이 경위의 장례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 또 순직한 이 경위의 1계급 특진도 경찰청과 협의 중이다. 한편 경찰 조사 결과 숨진 김 군은 서울에 살고 있으며 19일 경기 수원시에서 열차를 타고 대구로 간 뒤 시외버스편으로 경주로 이동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