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사상 처음… 2016년 1월 결과 취합 검찰人事 반영되도록 법안도 추진… 檢 “객관성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
대한변호사협회가 사법사상 최초로 검사평가제를 본격 시행한다. 수사·재판 과정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해당 사건의 검사를 직접 평가하는 제도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대한변협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이 폐쇄적이고 기소독점주의(검사만 기소 가능), 기소편의주의(검사가 기소나 불기소 등 결정) 등으로 피의자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가 있거나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없다”며 검사평가제 시행 배경을 밝혔다. 변협은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00명에 이르고, 올 상반기에만 15명이 자살하는 등 검찰이 후진적인 수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와 공판 과정에 직접 참여한 변호사들이 검사를 평가하며, 변협은 내년 1월 그 결과를 모아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인사 참고자료로 전달할 예정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검사 인사에 참작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준비할 계획이다. 또 우수검사와 하위검사를 선정해 우수검사의 경우 명단을 공개하고, 하위검사의 경우 명단은 공개하지 않되 평가 결과를 본인에게 통지하고 사례를 공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검사평가제 때문에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민사사건 등에서 불성실하고 잘못된 변론 등으로 국민에게 직접적인 손해를 끼치는 변호사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과장 광고로 국민에게 피해를 준 대형 로펌 변호사 등에 대해선 과태료 처분에 그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찰 수사에 이해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을지 강한 의문이 들고 공정한 수사나 부정척결 업무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지방변호사 단체 관계자는 “법관평가제도가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이고 검사는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일방 당사자인데 상대방을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