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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분 만에 터졌다… 최진철 ‘거미축구’

입력 | 2015-10-22 03:00:00

[U-17 월드컵 16강 확정]




최진철 U-17 월드컵 대표팀 감독이 21일 기니전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다. 라세레나=게티이미지 멀티비츠

17세 이하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령탑 최진철 감독(44). 그가 부리는 용병술은 효과가 바로 나온다. 효과를 보기까지 1분이면 충분하다. 21일 칠레 라세레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골을 넣은 오세훈(울산 현대고)은 이승우(FC 바르셀로나)와 교체돼 들어간 지 1분 만에 기니의 골 망을 흔들었다. 기막힌 용병술이다. 최 감독은 “승우가 체력이 떨어져 교체했다. 전방에서 밀리지 않고 싸워 줄 선수가 필요했는데 세훈이가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니를 1-0으로 꺾고 2연승을 거둔 한국은 승점 6으로 24일 오전 5시에 열리는 잉글랜드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 남자 축구가 이번 대회를 포함해 36차례 출전한 FIFA 주관 대회(올림픽 포함)에서 조별리그 1, 2차전을 모두 이겨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결정지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최 감독도 “2승을 하면서 조 1위를 하느냐, 2위를 하느냐 고민하는 것이 처음인 것 같다”며 “생각 같아서는 3승을 하고 싶지만 16강 상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1분 용병술’은 18일 브라질과의 1차전에서도 이미 빛을 발했다. 후반 33분에 투입된 이상헌(울산 현대고)은 1분 뒤 장재원(울산 현대고)의 결승골을 도왔다. 기니전에서 최 감독은 후반에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썼다. 후반 7분 미드필더 장재원을 빼고 수비수 김승우(보인고)를 넣었다. 전반부터 기니의 공세에 밀리던 전세를 바꾸기 위한 흐름 전환용이었다. 경기 흐름이 어느 정도 돌아서자 이번엔 공격력을 강화하는 용병술을 택했다. 후반 31분 미드필더 김진야(대건고)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대신 개인 돌파에 능한 공격수 이상헌을 투입했다. 이 역시 최 감독의 뜻대로 됐다.

이번 대회에서 경기마다 마법 같은 용병술을 보여주고 있는 최 감독의 축구는 ‘거미 축구’로 표현할 수 있다. 거미줄에 걸려 사냥감이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 최후에 일격을 가하는 거미의 사냥 방법처럼 최진철호도 후반 30분부터 지친 상대를 정신없이 몰아붙인다. 또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이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일수록 더욱 수렁에 빠지는 것처럼 최진철호도 후반 초반까지는 상대가 볼을 많이 돌리도록 유도하며 체력을 떨어뜨린다. 하지만 골로 연결될 수 있는 위협적인 유효 슈팅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거미줄에 걸린 사냥감이 거미에게는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 브라질전에서 한국은 볼 점유율에서 37-63으로 크게 뒤졌고, 슛도 9개를 내줬지만 유효 슈팅은 단 1개만 허용했다. 기니전에서도 한국은 후반 초반까지 볼 점유율(49-51)과 슈팅 수(11-17)에서 기니에 뒤졌다.

대한축구협회 이재철 대리가 기니전을 앞둔 17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이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선수들의 숙소 방문에 붙인 문구.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진철 감독의 거미 축구가 가능한 건 선수들이 강한 체력과 개인 돌파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전 대표팀들과는 달리 최진철호는 수비를 하다 빠르게 밀고 올라가는 역습 때 조직적인 움직임보다는 스피드와 드리블 같은 개인 기량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 낸다. 최 감독과 동갑내기 친구인 성인 국가대표팀의 박건하 코치(44)는 “브라질전과 기니전 모두 후반 30분 이후에 골을 넣었다. 이 시간대에 우세한 경기를 하면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것은 상대보다 체력에서 앞서 있다는 의미다”며 “이번 17세 이하 대표팀 선수들은 이승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개인 기술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멀티 자원’을 많이 두고 있는 것도 최진철호의 특징이다. 최 감독은 수비수와 미드필더, 측면과 가운데 자리를 함께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많이 뽑았다. 경기 흐름에 따라 수비 라인과 중원의 배치에 풍부한 변화를 주기 위해서다.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는 장재원은 소속팀에서는 수비수로 뛰고 있다. 소속팀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 뛰는 박상혁(매탄고)이 대표팀에서는 왼쪽 날개를 맡는 등 이번 대표팀에는 멀티 플레이어가 많다.

한편 1차전에서 한국에 일격을 당한 브라질은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1승 1패(승점 3)로 한국에 이어 조 2위가 됐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기니와 같은 1무 1패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6개조의 1, 2위 팀들과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이 16강에 오른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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