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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막차 합류… 막판에 일낸 ‘16세 조커’

입력 | 2015-10-22 03:00:00

[U-17 월드컵 16강 확정]기니전 결승골 주인공 오세훈
8월에 승선했지만 칠레행 불투명… 9월 수원컵 성실한 플레이로 낙점
현대高서도 교체출전 해결사 역할




“2연승이다” 청소년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오세훈(왼쪽)이 21일 칠레 라세레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후반 47분 결승골을 터뜨린 뒤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라세레나=게티이미지 멀티비츠

자신에게 찾아 온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승골로 연결시킨 오세훈(16·울산 현대고 1학년). 기니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 투입된 것처럼 오세훈은 17세 이하 대표팀에도 막차로 합류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축구를 시작한 그는 8월 목포에서 열린 국내 훈련에서 처음으로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첫 대표팀 소집 때만 해도 월드컵행은 불투명했다. 박기욱 울산 현대고 감독(37)은 “당시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통화를 했는데 ‘(오세훈이) 칠레까지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오세훈은 월드컵 최종 모의고사 격인 9월 수원 콘티넨탈컵에서 왕성한 활동량과 성실한 훈련 태도로 최진철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월드컵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감독은 “스스로의 힘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뒤 결정적인 골까지 터뜨린 오세훈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기니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오세훈과 아버지 오의환 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내용. 오의환 씨 제공

초등학교 시절 수비수였던 오세훈은 울산 현대중을 거치면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1학년이어서 울산고에서도 그는 ‘조커’ 역할을 맡고 있다. 박 감독은 “오세훈은 팀에서도 후반전에 교체로 나와 기니전과 같은 골을 터뜨렸다. 골 결정력을 갖춘 ‘준비된 공격수’다”라고 말했다.

오세훈은 아버지에게서 탄탄한 체격 조건(185cm, 70kg)을, 핸드볼 선수 출신인 어머니에게서 운동신경을 물려받았다. 박 감독은 “키가 192cm인 아버지 오의환 씨(46)를 처음 봤을 때 배구선수 출신인 줄로 착각했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아들을 응원했다는 오 씨는 “세훈이가 후반 추가 시간에 교체로 출전하는 것을 보고 ‘(감독님이) 뛰게 해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는데 골까지 터뜨려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니와의 경기 전까지만 해도 오 씨는 선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아들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다. 최진철호의 마지막 연습 경기였던 파라과이전(10일·현지 시간)에 오세훈은 출전하지 못했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듯한 모습에 답답함을 느낀 오 씨는 아들에게 파라과이전에 몇 명이 교체 출전했는지를 물었고, 아들은 ‘4명’이라는 짧은 답만 남겼다. 18일 브라질전에서는 다행히 아들이 교체 출전했지만 무득점에 그쳤다. 오세훈은 “열심히 뛰었는데 골 기회가 오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오 씨는 그때마다 “죽기 살기로 최선을 다하자. 사랑한다”는 카카오톡메시지로 위로했고, 오세훈은 마침내 환상적인 골로 아버지의 믿음에 보답했다.

오 씨는 “막내(오세훈)의 골은 나와 아내뿐만 아니라 첫째아들에게도 소중한 선물이 됐다”고 말했다. 오세훈보다 세 살 많은 형은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축구 선수로 뛰다 부상으로 꿈을 접었다. 오 씨는 “형의 어깨너머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막내가 월드컵 무대에서 형의 꿈까지 이뤄줬다”고 말했다. 기니전이 끝난 후 오세훈은 들뜬 목소리로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 제가 한 골 넣었어요. 골 장면 보셨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오 씨는 “세훈이가 왼발을 잘 쓰는데 왼쪽으로 공이 흐르기에 골을 직감했다”며 활짝 웃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