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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치타 탈출한 철책 6개월째 방치 ‘아찔’

입력 | 2015-10-22 03:00:00

어린이날 전날 사고 서울대공원, 예산부족 핑계… 관람객 계속 받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원의 치타 방사장 옆으로 관람객이 지나가고 있다. 과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올해 어린이날(5월 5일) 하루 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치타 한 마리가 펜스를 뛰어넘어 방사장을 탈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다행히 치타가 해자(垓子)에 들어가면서 관람객을 덮치는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위험천만한 사고가 발생한 지 5개월이 넘도록 울타리 교체 등 안전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5월 4일 오후 3시경 치타 한 마리가 방사장 펜스(높이 2m)를 넘어 탈출했다. 치타는 방사장과 관람객 사이 설치된 웅덩이 형태의 해자(깊이 3m)에 떨어졌다. 놀란 관람객들은 동물원 측에 신고했고 사육사가 쏜 마취총에 맞은 치타는 오후 5시 40분경 내실로 옮겨졌다. 문제의 치타는 지난해 11월 말 남아프리카에서 들여온 3년생 암수 한 쌍 가운데 암컷이다. 겨우내 내실에 있던 ‘신입 치타’들은 5월 1일부터 야외 방사장 적응에 나섰는데 사흘 만에 암컷이 펜스를 뛰어넘은 것이다.

치타가 방사장을 탈출한 사고는 동물원 개원 이후 처음이다. 당황한 대공원 측은 긴급 점검에 나섰고 ‘펜스가 낡아 파손이 우려되고 높이가 낮아 탈출 위험이 있어 교체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했다. 이에 대공원 측은 6월 말 펜스 교체 계획을 세웠다. 새로 설치키로 한 펜스는 높이가 2m로 기존과 같지만 상단과 하단에 전기 철책을 추가했다. 방사장 안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사펜스도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20일 본보 기자가 찾은 치타 방사장에는 여전히 사고 당시 펜스가 그대로 있었다. 펜스 곳곳에 나사가 떨어져 있고 일부는 뒤틀려 있었다. 아찔한 사고 이후에도 아무 보완 조치 없이 6개월째 관람객을 맞아온 것이다. 대공원 측은 “펜스 교체에 필요한 예산 1억2000만 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예산이 반영되는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공원 측은 치타 탈출 사고는 물론이고 펜스 교체 계획도 서울시에 보고하지 않았다.

펜스 교체가 늦어지면서 현재 대공원 측은 사고를 낸 암컷을 비롯해 치타 한 쌍을 내실에만 두고 있다. 대신 기존 10년생 치타는 계속 방사장에 풀어놓고 있다. 대공원 안팎에서는 ‘최후의 보루’인 해자의 안전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공원 측은 정확한 해자의 깊이도 알지 못하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실측을 해 깊이가 3m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자가 경사지에 있어 지점에 따라 1m 이상 차이가 난다. 대공원 측은 “치타의 점프력이 2m라 해자를 넘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정확한 분석 없이 이론상의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10년생 치타는 8년 동안 동물원에서 살았지만 한 번도 펜스를 넘은 적이 없다”면서 “1984년 동물원 개원 때 각 동물의 운동 능력을 감안해 해자 등을 설치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공원에서는 2013년 우리를 벗어난 호랑이의 공격을 받아 사육사가 사망했고, 2010년에는 말레이곰 ‘꼬마’가 청계산으로 탈출했다가 9일 만에 생포됐다.

과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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