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전날 사고 서울대공원, 예산부족 핑계… 관람객 계속 받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내 동물원의 치타 방사장 옆으로 관람객이 지나가고 있다. 과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치타가 방사장을 탈출한 사고는 동물원 개원 이후 처음이다. 당황한 대공원 측은 긴급 점검에 나섰고 ‘펜스가 낡아 파손이 우려되고 높이가 낮아 탈출 위험이 있어 교체가 시급하다’는 진단을 했다. 이에 대공원 측은 6월 말 펜스 교체 계획을 세웠다. 새로 설치키로 한 펜스는 높이가 2m로 기존과 같지만 상단과 하단에 전기 철책을 추가했다. 방사장 안쪽으로 기울어지는 경사펜스도 별도로 설치하기로 했다.
펜스 교체가 늦어지면서 현재 대공원 측은 사고를 낸 암컷을 비롯해 치타 한 쌍을 내실에만 두고 있다. 대신 기존 10년생 치타는 계속 방사장에 풀어놓고 있다. 대공원 안팎에서는 ‘최후의 보루’인 해자의 안전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공원 측은 정확한 해자의 깊이도 알지 못하다 본보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실측을 해 깊이가 3m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자가 경사지에 있어 지점에 따라 1m 이상 차이가 난다. 대공원 측은 “치타의 점프력이 2m라 해자를 넘을 수 없다”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정확한 분석 없이 이론상의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대공원 관계자는 “10년생 치타는 8년 동안 동물원에서 살았지만 한 번도 펜스를 넘은 적이 없다”면서 “1984년 동물원 개원 때 각 동물의 운동 능력을 감안해 해자 등을 설치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대공원에서는 2013년 우리를 벗어난 호랑이의 공격을 받아 사육사가 사망했고, 2010년에는 말레이곰 ‘꼬마’가 청계산으로 탈출했다가 9일 만에 생포됐다.
과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