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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컨 페스코드 “문화지구 건립은 소도시 하나 만드는 것… 콘텐츠-시설-관리시스템 3박자 갖춰야”

입력 | 2015-10-22 03:00:00

홍콩 서구문화구 신임 CEO 덩컨 페스코드




덩컨 페스코드 씨는 “공연장 같은 하드웨어를 마련하는 건 대규모 문화지구를 짓는 사업의 일부일 뿐”이라며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는 콘텐츠와 프로그램 개발의 선행 없이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홍콩 서구문화구(西九文化區·WKCD)는 지난달 개관과 관련해 논란을 겪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공간이다. 40만 m² 규모의 연안 매립 터에 엠플러스박물관과 콘서트홀 등 17개의 문화공간을 세우는 문화지구 프로젝트. 하지만 최근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버라이어티가 “공간 계획 변동과 예산 문제로 인해 10년 이상 홍콩의 발목을 붙들고 있는 과제”라고 평할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올 8월 서구문화구 관리국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덩컨 페스코드 씨를 지난 주말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국에는 홍콩에서 일하기 시작한 1980년대 초부터 자주 드나들었다. CEO 취임 후 한국 방문은 처음이다. 이번엔 아시아태평양 예술공연전시장협회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 서울에 올 때마다 다양한 열망을 꾸준한 노력으로 현실화한 도시임을 확인한다.”

1990년대 착수한 WKCD 개발 계획은 2006년 예산 계획의 낮은 신뢰도, 운영 프로그램 미비, 공간 디자인의 비효율성에 대한 비판을 겪으며 대폭 수정됐다. 3개월간의 공청회를 거쳐 재정비된 계획의 결실이 2012년 공공문화프로그램 ‘대나무극장’을 필두로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페스코드 씨는 “도시의 큰 변화 과정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판적 의견이 동행하기 마련이다. 내가 맡은 일은 변화를 마무리하는 작업이다. 평가는 그 뒤의 문제”라고 말했다.

“문화지구를 새로 만드는 일은 소도시를 하나 건립하는 일과 같다. 콘텐츠, 시설, 관리 시스템의 3박자를 동시에 구축해 나가야 한다. 한 세대 뒤를 바라보는 사업이다. 칭찬보다 비판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 얽힌 문제 역시 단편적인 처방으로 조급하게 해결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에서 다른 어느 곳보다 감탄스러운 공간은 서울 대학로다. 각양각색의 문화적 에너지를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 젊은 열기를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문화 공간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가진 문화 에너지는 볼 때마다 부럽다. 문화시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아마 그 힘에서 찾을 수 있을 거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