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화는 색과 모양이 하루가 다르게 개발되고있다. 자생지가 우리나라인 까닭에 다른 어떤 식물보다 우리와 잘 어울린다. 오경아 씨 제공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
국화는 자생지가 중국 한국 일본 일원이다. 특히 중국은 이미 기원전 15세기부터 국화를 재배했을 정도로 국화의 종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재배기술이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건너갔고 훗날 일본은 왕실의 상징을 국화로 삼을 정도로 사랑이 극진하다.
현재 국화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은 유럽에서도 심상치 않다. 유럽의 국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열풍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 현상이 나에게는 묘한 기시감을 일으킨다. 지금은 거의 영국의 식물처럼 대접을 받는 ‘카밀리아’는 자생지가 한국인 동백꽃을 말한다. 우리의 동백을 기본으로 장미 작약과 수많은 접붙이기를 해 현재 400여 종이 넘는 카밀리아를 만들어 냈다. 유난히 향과 색이 강해 전 세계 라일락 시장을 독차지한 윌슨의 ‘미스킴 라일락’도 비슷하다. ‘수수꽃다리’로 불렸던 우리 자생종을 미국의 원예학자 윌슨이 채집한 뒤 수종 개발을 통해 더 짙은 향기와 색상으로 세계 라일락 시장을 제패했다. 그나마 남겨진 한국의 흔적이라곤 윌슨이 한국에서 식물 채집을 할 때 통역을 했던 자신의 타이피스트를 위해 붙여준 미스킴이라는 재배명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유럽의 국화 사랑이 당연히 신경이 쓰인다. 정말 한 해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세계 식물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색상과 모양의 국화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이렇게 봄부터 줄기를 세우는 국화를 그냥 두면 가지가 잔뜩 늘어지기만 할 뿐 탐스러운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데 있다. 봄부터 가을 직전까지 지나치게 키를 키우는 국화를 원래 첫 잎이 나왔던 자리 즈음으로 잘라서 키를 낮춰주는 관리가 필요하다. 세 번에서 네 번까지 이런 잘라주기 과정이 있어야 가을이 됐을 때 비로소 탐스러운 국화꽃을 감상할 수 있다. 국화의 공식 학명(Chrysanthemum)에는 ‘노란색’과 ‘꽃’이라는 뜻이 합성돼 있다. 원래 국화가 지금처럼 다양한 색을 지녔던 것이 아니라 노란색이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국화꽃 속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다. 국화는 수십 개 혹은 수백 개의 꽃을 서로 뭉쳐서 둥글게 핀다.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화려한 꽃이라고 오해하는 주변의 꽃잎은 잎이 변형된 가짜 꽃잎이다. 하나씩 꽃을 피우는 것보다 집약적으로 뭉쳐 있어야 곤충이 찾아왔을 때 한꺼번에 수분이 잘되고 더 많은 씨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예학적으로는 지구상의 식물 가운데 가장 진화된, 머리가 영리한 식물 중의 하나로 여겨진다. 더 기특한 것은 국화는 화분에서도, 심지어 실내에서도 아주 잘 자란다는 점이다. 이렇게 고마운 식물이라면 잃기 전에 잘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경아 오경아디자인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