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을 면담하면 타슈켄트 인하대(IUT·인하대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 운영 중인 대학)’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할지 방법이 나올 줄 알았죠. 그런데 면담에서 ‘왜 학교 문제를 외부에 알리느냐’는 질책만 들었어요. 범인이란 말까지 들으며 제보자 누명을 썼어요.”
인하대 최순자 총장이 ‘교육 한류 1호’인 IUT의 부실 운영 문제를 외부에 알린 것으로 생각한 강사를 늦은 밤 집무실로 불러들여 논란이 일고 있다. 총장이 힘없는 강사를 상대로 ‘갑질 횡포’를 부렸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제보자로 지목된 A 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9시부터 1시간20분간 진행된 최 총장과의 면담 녹취 파일을 22일 공개했다. IUT부실 운영 내용을 언론에 제보한 당사자를 찾기 위한 면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의 경우 IUT에서 6개월간 연구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인하대 시간 강사로 일하고 있다. A 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 최 총장을 면담했다.
대학 측은 A 씨가 IUT에 근무하면서 파견 직원 숙소(카티지)의 비용 문제 등으로 학교와 갈등을 빚었다는 점을 들어 제보자로 지목했다. A 씨가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최 총장이 “A 박사에게 돌아갈 이득이 없는데 왜 그렇게 행동했냐”란 발언이 여러차례 나온다.
A 씨는 본보 기자에게 “총장이 집요하게 외부에 내부사정을 알린 제보자로 지목하는 바람에 ‘내년도 시간 강사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총장에게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이어 “IUT의 문제점을 총장에게 알려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지만 총장은 범인을 찾는 일에만 몰두하면서 추궁만 했다”고 덧붙였다. 인하대 관계자는 “총장 일정 때문에 부득이 A 씨를 야간에 만난 것이고 IUT 문제점을 직접 파악하려 했을 뿐 제보자를 색출하려던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올 3월 취임한 최 총장은 인하대 출신 첫 여성총장으로 동문과 교직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자신이 지명한 부총장 2명과 대외협력처장이 총장의 전횡에 반발해 중도사퇴하는 등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사립대 총장으로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인천지역회의 부의장 후보에도 오르는 등 학교 운영과 무관한 일에 관심이 많다는 지적도 받았다.
한편 인하대는 ‘교육 한류 수출’의 첫 사례라며 11월 2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우즈베크 현지로 초청해 개교 1주년 기념식을 열기로 했다가 황 부총리가 최근 불참의사를 밝히자 행사를 전면 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