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정부가 울산에 짓기로 확정한 국가 시설들이다. 울산에는 국가 시설이 거의 없어 이들 사업 진행에 시민들의 기대도 높다. 사업 추진의 필요충분조건은 국비 확보다. 하지만 울산은 완패했다.
울산시가 확보한 내년도 국비는 2조1407억 원이다. 신청액의 96.8%로 전년도 대비 2.3%포인트 늘어나 긍정적이라는 것이 울산시의 자평이다. 지역 국회의원들도 앞다퉈 자신들의 공을 내세웠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지 않아 예산 미반영은 정부의 당연한 조치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일정에 맞춰 개관하도록 예비타당성 조사 시기를 앞당기게끔 하는 것은 정부를 상대로 하는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의 몫이다. 특히 이들 두 시설은 부처 심의 과정에서 당초 정부가 발표한 규모보다 축소되고 있지만 지역 정치권은 이렇다 할 대응을 못 하고 있다.
정치권과 자치단체장이 똘똘 뭉쳐 국립대인 UNIST를 지난달 국가 과학기술원으로 전환시킨 것은 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정원 축소 권고(입학 정원 360명을 200명으로)를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년도 신청 예산의 21%인 177억 원이 기획재정부에서 삭감됐다. KAIST등 다른 3개 과학기술원은 신청액보다 오히려 증액된 것을 감안하면 UNIST가 받은 수모는 더 크다.
주무 부처에서 확정 발표한 대통령 공약 사업이 차질을 빚고 국가 예산이 타 지역의 기관과는 반대로 삭감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손에 쥐여 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느냐”는 시민들의 비난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시장과 국회의원(6명), 기초자치단체장(5명) 모두 여당 출신인 울산에서 정부가 확정한 사업조차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지역의 수치다.
정재락 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