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은 가라” 나 홀로 성장
5월 어린이날에는 손목시계 형태의 장난감인 ‘요괴워치’가, 지난해 크리스마스엔 로봇 장난감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가 동이 나 부모들을 애태웠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완구 품절 사태는 ‘키즈 산업 불패 신화’를 보여 준다. 경기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도 아이에게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 부모가 늘면서 키즈산업이 증시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불황 속 소비 이끄는 ‘골드키즈’
키즈산업은 구매자와 이용자가 다른 특성도 있다. 상품 이용자는 아이들이지만 구매를 결정하는 건 부모나 친척들이다. 이 때문에 ‘에잇포켓’(8개의 지갑)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을 뜻하는 ‘식스포켓’에 이모, 삼촌까지 총 8명이 아이 1명을 위해 지갑을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키즈산업의 잠재력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매출에 큰 기여를 하는 VIP 고객처럼 매출을 올려 주는 어린이 고객을 ‘VIB(Very Important Baby)’로 부르며 마케팅을 강화하는 회사들도 있다.
전문가들은 키즈산업의 성장은 부모들의 보상 심리가 작용한 결과로 풀이한다. 맞벌이로 자녀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풍요롭지 못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하나뿐인 자녀를 최고로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키즈산업은 2010년 이후 급성장했다”며 “현재는 완구, 의류 등 제조업 중심이지만 앞으로 교육, 먹을거리, 금융 등에서 서비스와 결합된 형태로 성장세를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증시를 이끄는 키즈산업의 힘
국내 증시에서도 키즈산업 관련 종목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터닝메카드를 판매하는 완구업체 손오공의 주가는 지난해 말 2900원에서 22일 현재 6540원으로 약 126% 올랐다. 같은 기간 유아용품 업체인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의 주가도 각각 190%, 70% 상승했다. 아동용 콘텐츠 사업을 하는 대원미디어는 44% 올랐고, 분유를 생산하는 남양유업도 29% 올랐다. 아동용 아토피 피부용품을 주력으로 하는 네오팜의 주가도 138% 뛰었다.
다만 키즈산업 수혜주라고 무턱대고 투자하기보다 중국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 등을 꼼꼼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키즈산업은 저출산 현상 때문에 국내 수요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중국 사업의 실적을 토대로 장기 투자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