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 활황 타고 잔액 급증
최근 분양된 부산 ‘해운대 엘시티 더 샵’ 본보기집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 3.3㎡당 7000만 원의 고분양가로 화제가 된 이 아파트가 최고 73 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이 마감되면서 분양시장은 한껏 뜨거워졌다. 동아일보DB
아파트 분양시장 활황에 힘입어 아파트 중도금 대출 등 집단대출 잔액이 급증하고 있다. 내년에 시행되는 대출심사 강화를 골자로 한 가계부채 대책도 집단대출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집단대출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단대출은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집단적으로 나가는 대출로, 분양 시점에서 받는 중도금 대출과 입주 시점에 신청하는 잔금대출 등으로 나뉜다. 대출심사 시 총부채상환비율(DTI)도 적용되지 않으며 대출금리도 낮은 편이다.
집단대출은 최근 분양시장 열풍을 타고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3.3m²당 7000만 원의 분양가로 화제가 된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 엘시티 더샵’이 최고 73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완판에 성공하는 등 올해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집단대출 증가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건설사들이 내년 이후 분양시장이 어떻게 될지 몰라 분양 물량을 대거 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10월에만 전국에 약 6만 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왔고 11월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6만7000여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금융당국도 집단대출에는 좀처럼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자칫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집단대출을 옥죄려다가 활력을 띠고 있는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굉장히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7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관리 방안에 따라 은행들이 내년부터 소득 및 채무 상황을 꼼꼼히 따지는 등 대출심사를 강화하기로 했지만 집단대출은 대상에서 빠졌다.
문제는 향후 부동산 시장 가격이 꺾였을 때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올해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2, 3년 뒤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경우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입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이는 은행 대출 장기연체로 이어지게 된다. 물론 중도금 대출은 주택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 또는 시공사의 보증을 이용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원금을 떼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집단대출의 연체율이 높아지면 은행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소송 등을 벌여 장기 연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적잖은 비용이 발생한다. 앞서 2011년에도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대로 치솟으며 은행들이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올해 분양시장에 과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2, 3년 뒤 입주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거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 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는 전세 가격이 높아 집주인들이 대출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데 전세 가격까지 떨어지면 집주인들의 대출 연체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