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집배원·전령사·마력선 그리고 말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인들에겐 전령사 역
말은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훌륭한 노동력’이었다. 말을 이용해 농사를 지어 식량을 얻었으며, 훌륭한 통신수단이 되기도 했다. 산업이 점차 발전되면서 동력이 필요할 때에도 말은 인간에게 훌륭한 동력원으로 활용된다.
보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말을 이용한 통신수단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인들은 광활한 제국전체에 황제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말에 탄 전령을 활용하기도 했다. 워낙에 넓은 제국이었으므로 왕의 메시지를 담은 편지나 칙령을 여러 마리의 말들을 갈아타면서 이어달리는 방식으로 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원전 6세기 페르시아인들은 1∼2주 동안에 2,000km나 떨어진 곳까지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파발 체계가 있었으며 몽골제국은 하루에 240km나 갈 수 있는 고도화 된 전령 체계가 있었다. 우리나라 사극에서도 전령은 흔히 등장한다. 전쟁의 근황을 알리기 위해 전장에 나가있는 장군은 임금에게 장계(狀啓)를 보내는 데, 이 때 전령은 말에 타고 임금에게 전달한다.
말의 강한 힘은 여객운송으로도 활용됐다. 영국 등 유럽 전역에 잘 갖추어진 운하체계에서 말은 없어서는 안 될 동력원이었다. 말은 바지선과 화물선을 직접 견인해 끌기도 했었으며, 운하에서 활용되던 말들은 터널, 갑문, 회전문을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하기까지 했다. 한편 1983년 미국의 챔플레인 호수에서 해양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견된 난파선이 말의 힘을 직접적으로 이용한 마력선(馬力船)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마력선은 갑판 밑에 원반 모양의 쳇바퀴를 설치해 말이 이 쳇바퀴를 돌려 움직이도록 되어 있었다. 증기선의 등장 후에도 명맥을 유지하던 마력선은 내연기관의 발명과 동시에 증기선과 함께 퇴출되었다.
현대에도 말은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서울, 전북, 제천, 그리고 속리산 기마대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기마대는 고유의 순찰업무 외 관광상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서울 기마경찰대의 기마대 순라행렬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많은 도시는 경찰마를 채택하고 있다.
경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