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3학년 나경복은 1일 열린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대학 유니폼을 입고 전국체전에 참가하느라 21일까지 V리그 코트를 밟지 못했다. 스포츠동아DB
■ 신인드래프트 1순위 나경복의 긴 하루
21일 전국체전 우승 후 부랴부랴 인천행
교통체증으로 1세트가 끝난 뒤에야 도착
누군 뛰고, 누군 못 뛰고…형평성 문제도
2015∼2016시즌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 1순위 나경복은 21일 힘든 하루를 보냈다. 인하대 3학년으로 조기에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해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지만, 아직 프로배구 팬들에게 인사를 못했다. 그동안 새로운 동료들과 훈련해온 그는 전국체전에 출전하느라 V리그 출전이 미뤄졌다. 홍익대, 중부대, 경희대 출신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전체 5순위였던 한국전력 안우재가 전광인의 대타로 먼저 V리그에 데뷔한 것과 비교된다. 안우재는 경기대가 전국체전에 참가하지 않은 까닭에 프로 입단 동기들보다 먼저 V리그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실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대학배구연맹과 여고팀 감독협의회는 “전국체전이 가장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다. 신인드래프트를 전국체전 이후에 하자”고 주장했다. 그럴 경우 프로팀은 신인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많지 않다. 아쉬운 쪽은 프로팀이었다. 어쩔 수 없이 “먼저 드래프트를 하고 나중에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팀의 선수는 보내준다”고 약속했다. 여자선수는 전국체전 개막 8일 전, 남자선수는 5일 전 소속교로 복귀시켰다. 그 대신 팀이 탈락하면 즉시 프로팀으로 복귀하도록 했다.
올 시즌 대학배구 최강자 인하대는 2006년 이후 9년 만에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며 전관왕을 달성했다. 나경복은 21일 강원도 고성에서 벌어진 전국체전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인천행 차에 올랐다. 우리카드 김상우 감독은 이날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과의 원정경기를 치르기에 앞서 경기감독관에게 나경복의 출전 여부를 확인했다. 감독관은 “경기 개시 18분 전부터 벌어지는 공식행사에 참가하면 출전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대한항공-우리카드전보다 먼저 같은 장소에서 여자부 흥국생명-GS칼텍스전이 벌어졌다. 김 감독은 흥국생명-GS칼텍스전 도중 진행된 사전 인터뷰에서도 “지금 나경복이 인천으로 오고 있다. 가능하다면 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내심 여자부 경기가 풀세트까지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러나 예상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다. 나경복을 태운 차는 제 시간에 계양체육관에 오지 못했다. 하필이면 선택한 길마다 교통체증이 심했다. 게다가 흥국생명-GS칼텍스전은 3세트 만에 일찍 끝났다. 대한항공-우리카드전 1세트가 끝난 뒤 도착한 나경복과 김상우 감독에게도 아쉬운 일이었지만, 마지막은 좋았다. ‘메기효과’ 때문인지 레프트 이동석과 신으뜸이 혼신을 다해가며 나경복의 공백을 메웠다. 특히 이동석은 9득점·3블로킹·1서브에이스로 활약했다. 운동복을 입은 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나경복의 프로 데뷔전은 24일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질 OK저축은행전이다. 여자부 1순위 강소휘도 같은 날 도로공사를 상대로 선을 보인다.
한편 한국전력은 22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KB손해보험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0 25-23)의 완승을 거두고 시즌 2승째(2패)를 거뒀다. KB손해보험은 1승2패. 한국전력 얀 스토크는 29득점, 서재덕은 10득점으로 팀 승리에 앞장섰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