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 챔피언결정전 메츠에 4연패 ‘백 투 더 퓨처 2’ 속 예언 빗나가고, 70년 묵은 ‘염소의 저주’도 이어져
“절대 예상하지 마라. 특히 미래에 대해선.”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메츠에서 명감독으로 이름을 남긴 케이시 스텡걸(1890∼1975)은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시카고 컵스 팬이라면 2015년 10월 21일(현지 시간)을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이날은 1989년 세상에 나온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날이었다. 영화 중간에 일간지 USA투데이 지면이 등장하는데 ‘컵스가 5연승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21일 컵스는 안방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메츠에 3-8로 패하며 4연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4연패했을 뿐만 아니라 컵스는 올해 챔피언 결정전 네 경기에서 단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원투펀치’ 제이크 애리에타(29)와 존 레스터(31)가 초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졌기 때문이다.
야구만 틀린 것도 아니다. 영화 속 신문의 오른쪽 상단에는 ‘백악관은 다이애나 영국 왕비 영접 준비 중’이라는 제목이 등장한다. 하지만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1996년 찰스 왕세자와 이혼했고, 1997년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찰스 왕세자도 아직 왕위에 오르지 못했다.
한편 컵스의 선수와 팬들은 올해 더 심해진 ‘염소의 저주’에 또다시 울었다. 이날 4차전에서 6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갈아 치운 메츠의 대니얼 머피가 70년 전 저주를 시작하게 한 염소와 이름이 같기 때문이다. 1945년 염소를 데리고 리글리필드에 들어가려다 제지당한 빌리 시아니스가 “리글리필드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저주를 내렸는데 당시 염소의 이름이 ‘머피’였다. 올 포스트시즌에서만 홈런 7개를 기록하며 ‘미친’ 활약을 하고 있는 머피를 70년 만에 환생한 염소라고 부르는 농담이 나오는 이유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