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호·사회부
“사고가 난 뒤 펜스 교체 비용을 따져 보니 1억2000만 원이나 되더라. 올 한 해 책정된 동물사 전체의 유지보수비가 3억5000만 원밖에 안 되는데 치타 우리에만 3분의 1 이상을 투입할 수 없었다.” 서울대공원의 해명이다. 하지만 326종, 3700여 마리를 보유한 ‘국내 최대’ 규모의 동물원인 서울대공원의 가난한 호주머니만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대공원의 올해 예산은 329억 원(인건비 제외). 하지만 최근 3년간 재정자립도는 40%대에 머물고 있다. 2003년 책정된 입장료(성인 기준 3000원)가 10년 넘게 동결된 탓이 크다. 1984년 창경궁에서 현재의 과천으로 옮겨와 새로 문을 연 이후 대대적인 사육 환경 개선은 꿈도 못 꾸는 게 현실이다.
이렇다 보니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대공원을 장기적으로 ‘국립’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2008년부터 토종 복원을 위해 지리산, 소백산에 방사된 반달가슴곰 15마리와 여우 9마리는 서울대공원에서 증식한 개체다.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보기 힘든 남생이와 금개구리를 전문적으로 기르는 곳도 서울대공원이다. 사실상 한국 토종동물 보전 사업의 핵심이다. 하지만 환경부가 올해 지원한 예산은 고작 1억1000만 원이다. 국가가 더는 서울대공원을 외면해선 안 되는 이유가 분명해 보인다.
이철호·사회부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