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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린 프로포폴 재사용해 성형수술… 20대 쇼크死

입력 | 2015-10-23 03:00:00

법원 “피해자와 합의” 의사 영장기각




쓰고 버린 프로포폴(수면마취 유도제)을 쓰레기통에서 가져와 다시 사용한 병원 의료진이 경찰에 적발됐다. ‘쓰레기 프로포폴’ 탓에 20대 환자가 숨졌지만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의료진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주일 이상 의료 폐기물함에 버려져 있던 프로포폴을 사용해 환자 2명이 숨지거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 의사 정모 씨(37)와 간호사 장모 씨(27)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 2월 26일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안면지방이식수술을 받던 김모 씨(29·여)에게 재활용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앞선 수술 때 사용하고 폐기물함에 버린 프로포폴 병을 가져와 남아있던 소량의 약을 주사기로 뽑아냈다. 이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김 씨는 수술 뒤 ‘패혈성 쇼크로 인한 장기부전(몸속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것)’으로 숨졌다. 이보다 사흘 앞선 2월 23일에도 정 씨 등은 중국인 곽모 씨(20·여)에게 같은 수법으로 수술했다. 곽 씨는 수술 직후 고열과 저혈압이 발생했지만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은 뒤 다행히 상태가 호전돼 귀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피해자를 병원으로 이송할 때도 응급구호장치가 없는 장 씨의 개인차량을 이용했다. 이송 과정에서 수액·산소공급 등 기본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증세가 악화됐다. 정 씨는 다른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환자 이송에 동행하지 않았다.

경찰은 수술이 밀려 프로포폴 재고가 떨어지자 폐기한 프로포폴을 다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사 정 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마약류 관리위반 혐의로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서울중앙지법은 이들이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등의 이유로 기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