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202>상대에 불쾌감 주는 농담 그만
국내 A기업 홍보팀에 근무하는 정모 씨(27·여)는 팀장이 말을 걸 때마다 불쾌하다. 팀장이 최근 들어 외모에 관한 농담을 자주 하기 때문이다.
정 씨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받아 넘기는 경우가 많다. 주변 팀원들도 함께 웃는데 혼자 정색하며 싫다는 내색을 하자니 속 좁은 사람 취급을 받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 탓이다. 괜히 팀 분위기를 망친 사람 취급을 받거나 유난스럽다고 손가락질 받을까 싶어 참는다. 정 씨는 “칭찬인지 농담인지 아니면 조직 분위기 자체가 외모에 대한 평가를 많이 하는 편인 것인지 혼란스럽다”라며 “성희롱과 농담의 불분명한 경계에서 혼자만 괴롭다”고 말했다.
직장 내에서 무심코 내뱉은 한마디가 상대방에게는 상처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불쾌감을 느껴 문제 제기를 해도 사과보다는 “싫으면 말을 해야지” “자기도 재밌으니 웃는 것 아닌가” “술 좀 따르라는 게 큰 문제인가” 등의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성희롱 관련 진정 접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수경 의원이 여성가족부에서 받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용노동부에 성희롱 진정 사건으로 접수된 건수는 총 854건. 2010년에는 105건에 불과한 성희롱 진정 접수가 매년 꾸준히 늘어나 2014년에는 267건으로 증가했다.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과 행동은 모두 성희롱에 해당한다.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상대방이 불편했다면 성희롱이다. 상대방이 불편하다고 내색하면 본인 의도와 상관없이 “미안합니다”라는 사과부터 해야 한다는 뜻이다. “뭐 그렇게 혼자 예민하게 굴어”가 아니라.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