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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창원]‘고희 경찰’에 걸맞은 대우를

입력 | 2015-10-23 03:00:00


김창원 사회부 차장

21일 대한민국 경찰이 70번째 생일을 맞았다. 1945년 창설 당시 3만 명이던 경찰 조직은 14만 명으로 커졌고 이에 걸맞게 내실을 다져왔다. 최근 한국을 찾은 중국 일본 필리핀 등 16개국 경찰 대표가 한국의 과학수사와 사이버수사 등 첨단 수사력에 감탄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사람으로 치면 고희(古稀)를 맞은 셈이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에 맞는 사회적 존경과 대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경찰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은 20, 3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부산에서 일어난 10대들의 지구대 습격사건은 경찰에 대한 인식 수준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차량을 털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친구들을 구하겠다며 지구대를 찾아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어린아이들마저 경찰 공권력을 우습게 보는 것 같아 충격적이다.

일선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말하는 공권력 경시, 경찰 무시 사례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20년 경력의 한 교통경찰은 얼마 전 겪은 씁쓸한 경험을 털어놨다. 교차로에서 신호 위반을 해 적발된 운전자가 “왜 나만 잡느냐. 무고한 시민을 이렇게 대해도 되느냐”며 생떼를 쓰다가 결국 통하지 않자 넘겨받은 스티커를 찢어 던져버렸다. 이제 갓 스물을 넘은 그 운전자는 “경찰 홈페이지에 신고해버리겠다”며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경찰 하다보면 이런 일은 다반사”라는 그의 씁쓸한 헛웃음을 잊을 수가 없다.

늦은 밤 경찰서 사건사고 취재를 하다보면 술에 잔뜩 취해 난동을 부리는 ‘주폭’을 전국 어디서나 목격한다. 경찰이 가장 성가셔하면서도 두려워하는 존재다. 정도가 지나치면 경찰이 제압에 나서게 마련이지만 이들은 오히려 “경찰이 사람을 팬다”며 목청을 높인다. 경찰의 해산명령에 응하지 않고 도로를 불법 점거했다가 강제 진압된 시위자들 역시 경찰에게는 얼마든지 욕설과 폭력을 행사해도 된다고 착각한다. 그들에게는 보장받아야 할 자신의 인권만 있을 뿐,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사회적 책임이나 공권력에 대한 존중은 안중에 없다.

하지만 정작 경찰을 힘들게 하는 건 이 같은 비이성적 일탈행위가 아니다. 간부후보생 출신의 경력 5년 차 경찰관은 “경찰을 하대하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더 속상하다”고 했다.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경찰에 도움을 청하고 의존하면서도 경찰을 만만한 상대로 보는 이중적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과 공권력에 대한 비판적 의식과 감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비판과 감시는 공권력을 무시하거나 경찰을 낮춰 보는 것과는 별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인권 탄압의 앞잡이로 불리던 경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런 일을 찾기 힘든 21세기다. 인권의식도, 경찰 수사 방식도 이젠 선진국 문턱에 다다르고 있다. 이제는 경찰과 공권력의 권위를 인정해줄 때도 됐다.

김창원 사회부 차장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