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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치영 경제부 차장
기사가 나간 직후 금융권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국내에서 핀테크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상황이었으니 어쩌면 당연했다. 한데 이 시리즈를 눈여겨본 정부 당국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핀테크가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와 맥이 닿아 있다고 봤다. 올해 들어서면서 청와대와 금융당국은 핀테크를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 돼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금융위원회는 연내에 인터넷전문은행 1, 2곳의 설립을 허가하기 위해 신청서를 받아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제한(은산분리)을 풀어주기 위한 법안이 제출돼 있다. 금융실명제에도 메스가 가해져 올해 12월부터는 은행에 가지 않고도 계좌를 트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ICT 업체와 유통업체들은 ‘○○페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니 은행들이 핀테크의 확산을 꺼림칙해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은행들은 핀테크의 의미를 애써 깎아내리기도 한다. 1년 전에 “핀테크가 뭐예요?”라던 은행들이 지금은 “핀테크를 왜 해요?”라고 묻는다. 한국처럼 집만 나서면 은행 지점이 널려 있고 은행들의 인터넷뱅킹이 잘돼 있는 나라에서 핀테크가 왜 필요하냐는 주장이다. 정권이 바뀌면 핀테크가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고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하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혁명은 시작됐다. 핀테크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갖다 대 결제를 하고, 모바일 메신저로 송금하고, 로봇이 자산관리를 해준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지금보다 훨씬 더 변해 있을 것이다.
기술 발전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부른다. 하지만 그런 저항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다. 15세기 유럽의 필경사들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50여 년 만에 인쇄기에 자리를 내줬다. 노동자들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도 1년 만에 끝났다. 1867년에 발명된 내연기관은 처음에 말과 철도에 익숙한 대중에게 외면받았지만 불과 20년 후 자동차가 등장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머잖아 핀테크는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충격에 대비한 은행과 그렇지 못한 은행의 운명이 확연히 갈릴 것이다. 그때 어느 편이 서 있을지는 지금 경영진의 판단과 결정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