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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디팩트] 자기애 강하고 신경질적인 사람, 스마트폰중독 위험 높다

입력 | 2015-10-23 11:12:00


인터넷중독 위험군 비율 앞질러 … SNS 등으로 내적 공허감·우울감 달래

 

오전 7시 30분 출근길 지하철 안, 10명 중 9명은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어제 보지 못한 드라마를 보면서 웃거나, 친구가 SNS에 올린 사진에 덧글을 달거나, 빠른 속도로 화면을 터치하며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은 이제 거의 보기 힘들다. 게다가 업무나 과제 지시를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벤드로 하는 곳이 많으니 현대인과 스마트폰은 필연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한다.

문제는 단순히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병적일 정도의 집착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직장인 윤모 씨(31)는 “업무를 볼 때는 물론 주말에 집에서 쉴 때에도 스마트폰이 옆에 없으면 불안하고 답답함이 몰려온다”며 “하루종일 직장 상사나 거래처와 통화하느라 스마트폰이 지겨울 법도 한데 집에 와서도 손에 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중독은 술·담배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정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스스로가 스마트폰중독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29)는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나 출퇴근시간엔 모바일게임을 하거나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메시지를 주고 받는다”며 “하루종일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나면 목이나 손목이 등이 아플 때가 많지만 알코올중독이나 마약중독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는건 아니기 때문에 언론 등에서 너무 극성을 떤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의학에서 중독은 단순히 특정 대상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범위를 넘어 하나의 질환으로 분류된다. 과거엔 알코올중독, 마약중독이 사회적 문제가 됐으며 최근엔 식생활 변화 및 IT기술의 발달로 카페인중독이나 인터넷중독 등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여러 중독 증세 중 특히 다방면에서 인체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스마트폰중독이다. 특히 성장기 어린이가 스마트폰 등 IT 기기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호르몬 분비 등에 이상이 생겨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중독은 특정 대상 혹은 물질에 대한 병적인 갈망(craving)과 금단 증상을 일으키고, 충동조절의 어려움을 겪게 하며, 강박적 사용을 초래하는 게 특징”이라며 “일반적으로 약물중독 등 물질적 중독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에서 인터넷게임 등 ‘행동’에 대한 중독을 질환으로 분류함에 따라 스마트폰중독 등 행위중독에 대한 개념이 정립됐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중독 발생률은 이미 인터넷중독을 앞질렀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정보화진흥원(NIA)으로부터 제출받은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중독 위험군 수는 인터넷중독 위험군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용 컴퓨터(PC)를 이용한 국내 인터넷중독 위험군 비율은 2004년 14.6%에서 2011년 7.7%, 2012년 7.2%, 2013년 7.0%, 2014년 6.9%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반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중독 위험군 비율은 2011년 8.4%, 2012년 11.1%, 2013년 11.8%, 2014년 14.2%으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중독 위험군 중 청소년은 2011년 11.4%에서 2014년 29.2%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또 2014년 자히한 후세인 영국 더비대 교수팀이 평균 29.2세인 성인 256명의 스마트폰 사용량과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13%가 스마트폰중독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이용시간은 3.6시간이었고, 대다수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대인관계에서 피해를 보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응답자의 35%는 운전 등 휴대전화 사용이 금지된 장소와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했다고 답변했다.

스마트폰 중독은 나르시시즘(자기애)이나 우울증 등 부정적인 성격과 연관된다. 후세인 교수는 “스마트폰은 사용자를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하는 등 정신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지나친 사용은 금물”이라며 “나르시시즘은 부정적인 성격의 특징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장시간 하는 사람은 이런 성향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선행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중독군에 속하는 사람은 충동성, 불안, 우울, 대인 예민성, 가상관계 지향성 등이 높았고 내적 공허함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과다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은 심리적 변인과 스마트폰중독을 반드시 ‘원인-결과’ 관계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상호 영향을 미치는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스마트폰중독이 불러오는 질병이나 증상으로는 충동조절장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발달장애, 유령진동증후군, 디지털격리증후군, 디지털치매, 팝콘브레인(POPCORN BRAIN, 첨단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나머지 뇌가 현실에 무감각 또는 무기력해지는 현상) 등 정신건강장애, 거북목증후군, 수면장애, 손목터널증후군, 안구건조증 등이 대표적이다. 주머니 속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린 것처럼 착각하는 ‘유령진동증후군’도 흔하게 나타난다. 특히 남성들은 군 입대 후 보충대나 훈련소에서 지낼 때 마치 전투복 바지에서 휴대폰 진동이 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스마트폰중독에 사회에 대한 그리움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중독도 하나의 질환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받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한국과학기술개발원이 공개한 스마트폰중독 자가진단법에 따르면 △스마트폰이 없으면 손이 떨리고 불안해한다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친구를 잃은 듯한 상실감을 받는다 △하루에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이용한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이 30개 이상이며 대부분 사용한다 △화장실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간다 △스마트폰 키패드는 컴퓨터 자판과 같은 배열의 키패드를 쓴다 △스마트폰 글자 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다 △밥을 먹다가도 스마트폰 소리가 들리면 즉시 달려간다 △스마트폰을 보물 1호라고 여긴다 △스마트폰으로 2번 이상 쇼핑을 한 적이 있다 등 항목 중 ‘그렇다’가 8개 이상에 해당되면 중독에 해당된다. 5~7개는 의심, 3~4개는 위험군일 확률이 높다.

스마트폰중독 예방법에 대해 김대진 교수는 “뚜렷한 목적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고, 자신의 하루 사용량을 파악하며 반드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하는 게 좋다”며 “메신저 메시지에 즉각적으로 대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 땐 시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취재 = 박정환 기자 md@mdfac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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