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의 등장은 언제나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기존 세대변경 모델들이 주지 못하는 희소가치가 있고, 꿈꿔왔던 이상을 실현시켜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도 갖게 한다. 이런 면에서 크라이슬러가 올해 첫 선을 보인 200C는 두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모델이었다. 특히 고급 세단에서만 봐왔던 최첨단 사양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운행을 도우면서 차량 만족도를 크게 높였다.
크라이슬러 200은 겉은 소박한 반면 실내는 화려하고 실용적으로 꾸몄다. 외관은 그릴과 통합된 전면 헤드램프에서부터 쿠페 형상으로 떨어지는 후면부까지 유려하다. 실내는 화려한 계기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좌우에 배치된 타코미터와 스피드미터는 특유의 푸른색을 배경으로 감싸 있어 시인성이 좋았고, 큰 면적을 사용하는 트립 컴퓨터가 독창적이다.
또한 전면 로터리 E 시프트와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는 운전석 주변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 컵 홀더를 베이스로 한 센터 콘솔의 작은 버튼을 눌러 뒤로 밀어내면 넓은 수납공간도 만날 수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인 워즈오토는 이 같은 200 실내를 ‘10대 베스트 인테리어’로 꼽았다.
차체는 전장 4885mm에 휠베이스 2743mm다. 비슷한 크기로는 전장과 휠베이스가 각각 4870mm, 2803mm인 파사트를 들 수 있다. 국산차는 쏘나타, K5와 엇비슷하다.
시승코스는 고속구간과 도심주행을 나눠 구성했다. 하루는 서울과 경기도 여주를 왕복하는 150km, 나머지 이틀은 서울과 안양의 출퇴근 시간에 이용했다. 총 주행거리는 210km.
가속페달을 꾹 밟아 주행을 시작했다. 200에 장착된 9단 자동 변속기 변속 타이밍을 유심히 살펴봤다. 급가속 시 45km/h 정도에서 계기판 하단에 D2 표시가 들어왔고, 100km/h를 넘자 4단을 찍었다. 저속주행에서는 기어 단수 변화가 더욱 빠르다. 60km/h에서 기어는 5단으로 변했고, 100km/h에는 금새 8단에 진입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때 엔진회전수는 1800rpm을 조금 넘겼다. 평상시에 기어는 보통은 1~6단 사이에서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액셀 반응은 반박자 늦는 느낌이다.
방향 지시등 없이 주행 차선을 조금이라도 넘어서면 여지없이 차선이탈 경고 플러스(LDW+)가 작동했다. 단순히 경고음만 들리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주다가, 적당한 힘으로 조향 방향까지 바로 잡아줬다.
도로에서 앞차가 속도를 급격히 낮추자 전방 추돌 경고 플러스(FCW+)도 작동했다.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브레이크가 미리 작동된 것. 여기에는 액티브 브레이킹 시스템도 가세해 위급한 상황을 모면하도록 도왔다.
또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하 ACC)은 일정한 속도의 주행에 유용했다. 시속 50km를 넘나드는 주행이 반복될 때 ACC는 앞차와의 일정한 간격을 계산해 감속과 가속을 자동으로 해줬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핸들 움직임만 신경 쓰면 됐다.
200의 HID 헤드라이트 불빛은 좌우로 넓게 퍼져 어두운 곳을 강렬하게 밝힌다. HID램프는 일반 헤드라이트보다 3배 밝다. 주차를 할 때 주변 사물과 너무 가깝게 붙으면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밟히는 기능도 편리했다. 직각자동주차 보조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이다. 이처럼 60개 이상의 안전 및 편의사항을 갖췄다는 데 시승하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0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승차감이다. 험로나 가속 방지턱을 맞닥뜨려도 이로 인한 충격과 진동이 크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갔다. 경쾌한 움직임이다.
연비 효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인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0.9km/ℓ에 불과하다. 경쟁차량인 캠리(11.5km/ℓ), 닛산 알티마(13.3km/ℓ)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격은 올 뉴 200 리미티드 3180만 원, 200C 3780만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