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임신’ 기획사 대표 재상고…피해자 母 “사랑, 강요에 의한 진술”
여중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았지만 ‘사랑하는 사이’라고 주장해 무죄 판결을 받은 방송인 겸 연예기획사 대표 A씨(46)가 검찰의 재상고로 다시 대법원의 재판을 받게 된 가운데, 피해자의 어머니가 심경을 전했다.
피해 여중생의 어머니는 23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 떨리는 목소리로 “검찰 분들이 상고하셔서 힘을 내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사랑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사랑은 그렇게 해서 되는 건 사랑이 아니다. 그건 폭행”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연예기획사를 운영한 A씨는 2011년 15세이던 B양과 수차례 성관계를 갖고 임신시켰다. 이후 B양은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A씨를 신고해 A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 2심에서 징역 9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는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와 스마트폰 메신저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사랑해서 이뤄진 관계로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 3월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사건을 돌려받은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달 16일 A씨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피해 여중생 어머니는 “파기환송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지 예상하지 못했다”며 “고등법원에서 그동안 진행해왔던 결과로 희망을 얻었지만, 또 다시 엎어질 줄은 몰랐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그렇다면 A씨를 사랑한다는 내용의 편지는 사실이었던 걸까. 피해자 어머니는 “15년간 지켜본 엄마로서 평소에 편지를 많이 쓰는 아이가 아니었다”며 “편지뿐만 아니라 그렇게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것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사랑했다고 말했던 것과 관련해선 “딸이 당시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숨 쉬는 것만 빼고는 다 거짓말이었다”며 A씨의 강요에 의해서 이뤄진 진술이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피해자 B양은 두려움 때문에 석 달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바꾸고 있는 상황. 피해자 어머니는 “아이가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그림을 그렸는데, 큰 쇠공이 달린 사슬이 자기 발을 감싸는 그림이었다”며 “이것이 지금 그 아이의 마음이고 현재의 생활”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정신과 약을 다시 먹기 시작했고, 몸이 너무 아픈 나머지 계속 설사하면서 여러 가지 힘든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가 걱정할까봐 ‘엄마 괜찮아, 엄마도 기운차려’라고 얘기할 정도로 대견한 모습을 보일 때도 있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끝으로 피해자의 어머니는 “무죄 판결 후 검찰 측의 재상고로 딸이 기뻐하며 새로운 소망을 갖게 됐다”며 “부디 올바르고 판결로 정의를 실천하는 법원의 모습을 보여줘서 딸에게 자유를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