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료생협)을 설립한다면서 실제로는 영리 목적의 병원을 개설해 국민건강보험 급여를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의료생협은 지역 주민들이 의료 및 건강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모아 만든 비영리법인이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출자금 대납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의료생협을 설립하고 병원을 운영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를 타낸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김모 씨(55·여)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의료생협을 활용하면 의사가 아니어도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한 것이다.
서울 강남구의 A 의료생협 이사장인 김 씨는 2012년 10월 명목상 의료생협을 설립한 뒤 정형외과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면서 최근까지 요양급여비 8억5700만 원가량을 받아 챙긴 혐의다. 수사 결과 김 씨는 병원 인근 주민이 아닌 가족과 친지 등의 이름을 빌려 조합 설립동의서를 대신 작성했다. 또 출자금을 내기 어려운 지인에게는 돈을 대신 납부해주는 등의 방법으로 법인 설립 요건을 채워 인가를 받았다. 의료생협의 설립 기준은 조합원 최소 300명, 출자금 최소 3000만 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세우던 형태의 ‘사무장 병원’ 대신 의료생협을 이용하는 경우가 최근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며 “현행 의료생협 인가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