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5자회동서 추진 못박아… 여론은 국정화 찬성 36% 반대 47% 與, 당청 공조-총선표심 사이 고민… 野 “섣부른 강경투쟁땐 역풍” 부담
22일 108분간 진행된 청와대 ‘5자 회동’은 합의문 없이 끝났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 여야의 간극만 분명해졌다. 당분간 정국의 훈풍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로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국의 세 주체인 청와대, 여야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에 대한 속내가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율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지만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 내에선 “이러다 수도권 선거를 망친다”는 반발 기류가 커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화 반대 투쟁을 계기로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동시에 투쟁에 매달릴 경우 “민생을 외면한다”는 역풍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평소 참모들에게 “왜 지지율에 신경 쓰느냐”고 말한다. 역사 전쟁의 지지율 등락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 확고하다. 하지만 국정화 이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앞장서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힘을 합치면서 여론전을 펼친 결과여서 충격은 더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총선을 의식해야 할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심(朴心)’과 ‘표심(票心)’ 사이에서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전날 청와대 5자 회동이 별 성과 없이 끝났지만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일 예정된 공식 일정을 다 소화했다. 장외 투쟁에 나서지 않고 국회 보이콧엔 선을 그었다. 예전과 달리 투쟁 수위는 부드러워진 분위기다. 강경 투쟁에 염증을 느끼는 여론을 의식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청와대와 여야의 밀고 당기는 ‘수 싸움’에 정국 지형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장택동 will71@donga.com·박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