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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폐광-버려진 동굴의 눈부신 변신

입력 | 2015-10-24 03:00:00

日 긴잔구라, 지하 350m서 전통주 체험… 파독광부 일했던 촐페라인 세계유산으로




깊숙한 지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는 짜릿함. 폐광이나 동굴을 개조해 관광지로 변신시키는 시도가 이어지는 주된 이유다.

일본 가고시마 현의 긴잔구라 관광지는 금을 캐던 폐광을 양조 숙성장으로 바꾼 사례. ‘도콧코 열차’라고 불리는 갱도 열차를 타고 지하 350m 깊이의 광산 내부에 들어가면 일본의 전통주 숙성고를 볼 수 있다. 500여 개의 거대한 술 드럼통이 늘어서 있는 곳에서 일본 전통술의 제조법을 배우고 시음할 수 있다. ‘동양 최고의 금광’임을 홍보하기 위해 갱도에 금맥을 그려 넣었고 당시 금을 캐던 광부들의 작업 현장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폴란드의 비엘리치카 광산은 180개가 넘는 갱도의 전체 길이가 300km에 달하는 거대한 소금 광산이다. 지하 327m 깊이의 내부는 광부들이 직접 소금을 조각해 만든 각종 조각상과 부조 벽화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돼 있다. 헝가리에서 폴란드로 시집오면서 소금 광산을 지참금으로 가져왔다는 킹가 공주의 전설도 조각상으로 구현돼 있다. 층마다 구획이 나뉜 22개의 공간에서는 연주회나 전시회 같은 행사를 열고 예배실에서는 실제 예배도 진행한다.

지하 갱도로 내려갈 수는 없지만 폐광 관련 시설이나 지상 건물을 활용해 테마 명소로 재탄생시킨 경우도 있다. 독일 에센의 촐페라인은 1970년대 ‘라인 강의 기적’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던 탄광이었지만 이후 환경오염 문제와 석탄산업의 몰락으로 1986년 문을 닫았던 곳. 한국의 파독광부들이 일했던 광산이기도 했다.

독일은 폐광된 이곳의 증기보일러실을 디자인 박물관으로, 샤워장을 극장으로, 석탄 세척실은 전시관과 카페 등으로 개조해 연간 2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문화공간으로 바꿔놓았다. 촐페라인 탄광은 폐광지 도시재생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으며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강원 정선군의 삼탄아트마인은 이 촐페라인 탄광을 벤치마킹해 만든 복합예술문화공간이다. 2001년 문을 닫은 광산에 폐광지역 경제진흥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120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수평갱도는 동굴 갤러리로 활용했고, 서늘한 기온이 유지되는 갱도 내부의 특성을 살려 와인 저장고도 만들었다. 삼탄아트마인 김민석 대표가 30년간 150개국을 돌아다니며 모았다는 도자기와 조각 등 10만 점의 예술품 일부도 볼 수 있다.

수도권 유일의 폐광을 관광지로 바꿔 올해 4월 유료 개장한 광명동굴은 설계 단계에서 이런 국내외 사례들을 참고했다. 광명시는 대표단을 각 지역 현장에 파견해 벤치마킹할 부분들을 조사, 분석했다. 석회암 채석장을 와인 저장소로 이용하는 프랑스 파리의 ‘카브 드 생 모리스’, 핀란드 헬싱키의 지하수영장과 뉴질랜드 와이토모 동굴, 대만의 핑시 석탄 박물관 등의 사례도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의 치싱옌(七星巖) 동굴은 반면교사의 사례로 보고서에 기록됐다. 현장을 다녀온 광명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관리하는 데 실패한 결과 관람객의 발걸음이 뜸해진 동굴 내부가 폐허처럼 느껴졌다”며 “당시 출장길에 ‘우리는 절대로 저렇게 개발하면 안 된다’는 다짐을 했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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