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노동개혁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울렀다지만 대타협이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국회 입법, 후속 과제 협의, 기업현장의 실천 등 후속조치가 제때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처음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여당은 노동개혁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지만 야당은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타협 내용에 있어서도 여야의 간극은 쉽게 좁혀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19대 국회 자동폐기를 예측하기도 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의 협력 없이는 국회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업현장에서도 대타협 분위기가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 자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했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들은 여전히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 채 임금피크제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금 저성장의 시대, 이른바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재도약이냐 침체냐를 가름할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과 후속 논의가 더 이상 지연된다면 우리는 개혁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청년들과 미래세대에도 큰 빚만 남기게 될지 모른다.
현재 한국 경제는 여러 난제를 맞고 있다. 특히 능력과 성과를 반영하지 못한 연공급형 성과보상체계(호봉제 등)는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장기근속자와 신입직원 간 임금격차는 3.1배에 달한다. 일본(2.4배)이나 유럽(1.1∼1.9배)과 비교할 수 없는 격차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5위로 미국의 52.5%, 독일의 58.7%, 일본의 82.5%에 불과하고 임금상승률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업무부적격자까지 보호하는 엄격한 해고제한은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2번째로 해고가 어렵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고용 늘리기를 주저하게 되고, 일자리의 질은 악화되고만 있는 게 현실이다.
뉴노멀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노동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올해가 지나면 노사정 합의는 무의미해지고 개혁은 실기(失期)하게 된다. 노사정은 3인 4각 경주자가 돼야 한다. 서로 호흡을 맞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사정은 대타협의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 후속 과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입법에도 한목소리를 내어 노동개혁을 통한 경제재도약에 전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