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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눈]노동개혁 골든타임 놓칠까 두렵다

입력 | 2015-10-26 03:00:00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지난달 15일 1년여를 끌어 온 노사정 대타협이 결실을 맺었다. 이번 대타협은 노사정이 대화와 소통을 통해 진일보한 타협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 노동시장 효율성이 140개국 가운데 83위에 머무른 상황에서 이번 대타협은 한층 성숙된 노사관계를 만들어 국가경제가 발전하는 계기가 되리란 기대가 크다.

노동개혁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울렀다지만 대타협이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국회 입법, 후속 과제 협의, 기업현장의 실천 등 후속조치가 제때 추진돼야 한다. 하지만 처음의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드는 게 사실이다.

여당은 노동개혁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지만 야당은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타협 내용에 있어서도 여야의 간극은 쉽게 좁혀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19대 국회 자동폐기를 예측하기도 한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야당의 협력 없이는 국회 처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등 양대 쟁점과 비정규직 제도를 합리화하자는 후속 과제 논의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논의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올해 안에 관련지침을 마련한다지만 노동계는 합의위반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현장에서도 대타협 분위기가 확산되지 못하는 듯하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 인상 자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합의했지만 일부 대기업 노조들은 여전히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한 채 임금피크제 도입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지금 저성장의 시대, 이른바 ‘뉴노멀(새로운 기준)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재도약이냐 침체냐를 가름할 골든타임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과 후속 논의가 더 이상 지연된다면 우리는 개혁의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청년들과 미래세대에도 큰 빚만 남기게 될지 모른다.

현재 한국 경제는 여러 난제를 맞고 있다. 특히 능력과 성과를 반영하지 못한 연공급형 성과보상체계(호봉제 등)는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장기근속자와 신입직원 간 임금격차는 3.1배에 달한다. 일본(2.4배)이나 유럽(1.1∼1.9배)과 비교할 수 없는 격차다. 반면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5위로 미국의 52.5%, 독일의 58.7%, 일본의 82.5%에 불과하고 임금상승률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업무부적격자까지 보호하는 엄격한 해고제한은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12번째로 해고가 어렵다. 이렇다 보니 기업들이 고용 늘리기를 주저하게 되고, 일자리의 질은 악화되고만 있는 게 현실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청년들이 대기업 취업에 다걸기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청년실업률이 치솟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취업시장 미스매치는 국가의 인적자원 활용에 심각한 차질과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

뉴노멀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우리에게 노동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다. 올해가 지나면 노사정 합의는 무의미해지고 개혁은 실기(失期)하게 된다. 노사정은 3인 4각 경주자가 돼야 한다. 서로 호흡을 맞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노사정은 대타협의 원칙을 다시 한번 되새겨 후속 과제를 조속히 마무리 짓고, 입법에도 한목소리를 내어 노동개혁을 통한 경제재도약에 전력을 다해 주길 바란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