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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시의 눈]왼손잡이

입력 | 2015-10-26 03:00:00


왼손잡이 ―김광규(1941∼)


남들은 모두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잡고
글씨 쓰고
방아쇠를 당기고
악수하는데
왜 너만 왼손잡이냐고
윽박지르지 마라 당신도
왼손에 시계를 차고
왼손에 전화 수화기를 들고
왼손에 턱을 고인 채
깊은 생각에 잠기지 않느냐
험한 길을 달려가는 버스 속에서
한 손으로 짐을 들고
또 한 손으로 손잡이를 붙들어야 하듯
당신에게도 왼손이 필요하고
나에게도 오른손이 필요하다
거울을 들여다보아라
당신은 지금 왼손으로
면도를 하고 있고
나는 지금 오른손으로
빗질을 하고 있다







군에서 기수단에 포함되어 왼손으로 총을 다뤄야 했던 적이 있다. 개발이 안 된 손을 억지로 움직여서 돌리고 던지고 받아야 했던 일이 고역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그걸 간신히 해낼 수 있었던 건 군인 신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나 양손을 다 사용한다. 두 개로는 모자라 손이 하나 더 있었으면 싶을 때도 있다. 면도를 하든, 빗질을 하든, 요리를 하든, 포옹을 하든 오른손잡이에게도 왼손이, 왼손잡이에게도 오른손이 필요하다. 이 시가 명료하게 일러주듯 둘은 모습은 다르되 동등한 존재들이다. 동작 메커니즘이 반대일 뿐 양손 기능의 합은 같은 것이다. 왼손잡이를 백안시하거나 차별할 근거는 본래 없다.

그런데도 오른손은 ‘옳은 손’ 대접을 받고 왼손은 왕왕 ‘틀린 손’ 취급을 당한다. ‘군인 정신’ 같은 게 있을 리 없는 어린 왼손잡이들이 오른손잡이로 강제로 교정된다. 그래도 창의력을 개발한다고 왼손 사용을 권하기도 한다니 이런 편견이 요즘엔 사뭇 누그러진 듯하다.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왼손잡이 비율은 10% 내외라고 한다. 아홉이 하나를 억누르지 않는 쪽으로 사회가 바뀌어가는 건 다행한 일이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어느 분야의 90%가 사상적으로 왼쪽에 치우치는 일이 과연 가능하기나 한 걸까. 그렇게 믿는 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제 오른쪽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오른쪽이 맞을 때도, 왼쪽이 맞을 때도 있지만 ‘오른쪽의 오른쪽’이나 ‘왼쪽의 왼쪽’ 같은 극단이 ‘올바른’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아홉이 하나를 윽박지르는 풍토에서 벗어나도 시원치 않을 판에, 하나가 아홉을 누르려 드는 모습은 보는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이영광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