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스트레스 담배로 푼다?
이 직종의 여성 흡연율이 높다는 결과는 여러 논문에서 나타난다. ‘판매 및 유통업 종사 여성의 직무 스트레스와 관련 요인 분석’(이윤정 정혜선·2009년) 논문에서 판매직 근로자 240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흡연율이 21.3%였다. ‘콜센터 여성 상담원의 감정노동과 직무 스트레스가 직무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김관욱·2013년) 논문에서도 콜센터 여성 상담원 931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흡연율이 24.2%였다. 전체 여성 흡연율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서미경 박사는 “남성은 흡연이 보편화돼 학력, 경제력 등 인구 사회적 변수가 중요한 작용을 하지 않는 데 반해 여성은 저소득 및 저학력층과 미혼자가 흡연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은 계층의 비율이 서비스 및 판매업에서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여성 흡연율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화점 등 다른 서비스 직종에서도 비슷하다. 백화점에서 판매를 담당하는 한 여성 직원은 “회사에서 흡연을 장려하는 건 아니지만 문제 삼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 중 30대 이후에 흡연을 시작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이는 전체 여성 흡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서비스 및 판매업 종사 여성의 흡연은 개인이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개인에게 금연을 강요하기보다는 관련 직종의 회사나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철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풀기 위해 흡연을 시작하는 비율이 매우 높고, 이후에도 정서적 이유 때문에 흡연에 의존한다”며 “따라서 여성은 우울감이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이 되어야만 금연 성공률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