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바람직한 해법은 아니지만 정부가 밀어붙이려는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집필진을 알 수 없는 국정 교과서만은 절대 안 된다. 국정 교과서도 집필진이 양심에 따라 쓰는 것이다. 집필진 공개는 국정화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다. 유신 시절 국정 국사 교과서에는 유신을 찬양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당시 근현대사를 집필한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는 그런 내용을 쓴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을 쓴 것은 익명 뒤에 숨은 국가다. 국정화를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런 가능성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고육지책(苦肉之策)임을 모르지 않는다. 국정화 발표 직후 일부 대학과 학회를 중심으로 역사학 교수들의 집필 거부 선언이 잇따랐다. 집필을 부탁받지도 않았는데 집필 거부라니 우습다. 집필을 거부한 학자 중에 지금까지 교과서 집필에 참여해 본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한다. 국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면 따돌리겠다는 위협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누구보다 개인의 의사를 존중해야 할 교수들이 해선 안 될 유치한 행동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