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아파트 분양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에서 대규모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대거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에 분양될 아파트는 전국 6만7091채로 이달(5만9407채)보다 12.9% 늘어날 예정이다. 월별 분양 물량으로 따지면 2000년 이후 가장 많다. 분양 열기는 지방을 거쳐 최근 서울로 옮겨 붙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1일까지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3642건으로 작년 한 해 거래량(2941건)을 훌쩍 넘어섰다. 지방에 비해 주택 공급이 많지 않아 잠잠했던 과거와는 다른 상황이다. 구별로는 성동(859건), 서대문(429건), 송파(270건), 영등포(257건), 강동구(239건) 순으로 거래량이 많았다. 주로 실거주자가 많아 임대 수요가 꾸준한 지역의 거래가 활발했다. 지난달 전국에서 인허가를 받은 주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3.1% 늘었다.
이 같은 우려가 커지면서 서울의 아파트 분양권 시장은 성수기인 가을에 오히려 거래가 소폭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로 일부 투자자가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8월 349건이던 서울의 분양권 거래량은 지난달 321건으로 줄었다. 이달은 21일 기준 226건에 그쳤다.
최근 발표된 부동산 관련 지표들도 공급 과잉 우려를 낳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524채로 전달(3만1698채)에 비해 2.6% 증가했다. 6∼8월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던 전국 미분양 주택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 공급이 부족했던 만큼 공급 과잉은 섣부른 우려라고 반박한다. 정태희 부동산써브 부동산리서치팀장은 “지방과 달리 서울은 공급이 늘어난 게 최근의 일”이라며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아니어서 공급 과잉을 주장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무리하게 청약 열기에 편승하지 말고 신중하게 투자 가치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단타 투자자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데 시장 열기가 꺾이는 시점에는 손실이 있을 수 있다”며 “입지와 생활여건, 분양가가 적정한지 살펴보고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