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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국정화 TF’ 덮친 야당도, 감춘 교육부도 한심하다

입력 | 2015-10-27 00:00:00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의원들이 일요일인 25일 밤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태스크포스(TF) 사무실로 몰려가 현장 확인을 하겠다며 19시간 동안 TF팀과 대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정화는 범죄가 아니라 정책 이슈다.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을 뿐이다. 야당이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해서 한밤중에 국정화 TF 사무실을 급습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정 감시 활동이라기보다는 공무집행방해에 가깝다.

야당은 교육부에서 국정화 작업을 맡은 역사교육지원팀과는 별도 조직을 서울 동숭동 국립국제교육원에 차려놓고 비밀리에 운영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별도의 TF가 구성된 것이 아니라 6명이었던 역사교육지원팀 인원을 근무지원 형태로 21명까지 늘린 것”이라고 해명한다. 정부 부처가 기존 조직으로 대응에 한계가 있을 때 한시적으로 새 조직을 구성하는 것은 통상적인 행정행위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국정화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힌 8일보다 TF팀은 3일 먼저 출범했다지만 결정에 앞서 내용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

국정화 TF 사무실을 찾아간 야당 의원 등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으로 “현장 방문해 보고받을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밤중에 들이닥쳐야 할 만큼 TF 방문이 시급한 사안이었는지 의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2012년 대선 직전 국가정보원 댓글팀 사무실을 한밤중에 급습한 것 같은 ‘데자뷔’ 효과를 노렸는지 모르겠다. 국정원 댓글은 국정원법을 위반한 범죄였지만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교육부 소관 업무다.

물론 국정화 TF 단장이나 팀원을 파견하는 별도의 인사 명령은 없었다. 그러나 행정예고 기간의 한시적 조직에 대한 근무지원은 통상 부서 간 협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이를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 다만 TF 업무 중에 언론 대책이 많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 언론 동향 파악을 넘어 기획기사 언론 섭외, 기고자 칼럼니스트 섭외까지 있다니 여론 조작의 냄새마저 풍긴다.

교육부가 국정화를 추진하는 모양새부터 도무지 당당하지 못하다. 황 부총리부터 국정화에 미온적이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집필진 선정이 어려워지자 국정 교과서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집필진 공개 없는 국사 교과서의 역사 기술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청와대 혼자 국정화를 억지로 끌고 가는 모양새다. 이런 식으로 국정화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회의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