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가 열린다. 경기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대표팀 투수 3명이나 제외 됐는데
삼성도 KBO도 이유 한마디 없다니
국가대표팀 엔트리가 교체됐는데 교체 사유는 없다. 희한한 일이다.
삼성 주축 투수들의 ‘해외원정도박’ 스캔들로 한국시리즈는 시작부터 잔치 분위기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엎어진 잔칫상에 울상을 짓는 이는 초대받은 이들뿐만이 아니다. 프리미어 12 대표팀마저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은 이미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도박 의혹을 받고 있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에 출전시키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선수들의 이름은 끝내 공표하지 않았다. 25일 한국시리즈 엔트리가 발표되면서 제외된 주축 투수 3명의 이름이 자연스레 공개됐고, 뒤이어 KBO도 대표팀 최종 엔트리 교체를 전했다.
3명의 투수를 ‘삼성이 제외했기에’ 교체했다는 것이 KBO가 밝힌 공식적 이유였다. 삼성이 법적 문제 등으로 인해 움츠리자, KBO도 똑같이 소극적 자세로 대처했다. 이미 대체 선수들에게 대표팀 선발 소식을 알렸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 발표 직후로 공식발표 시점을 미뤘다. 게다가 대체 선수를 발표하면서도 끝내 ‘사유’에 대해선 함구했다.
KBO 관계자는 26일 “이미 삼성이 의혹을 받는 선수들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구체적인 의혹 내용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알고 있음에도 공식적으로 표현하지 못한 것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도 아니고, 모두가 아는 사실을 직접 입으로 내뱉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태극마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야구계 관계자들 모두 명심해야 한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