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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고미석]힐러리와 트럼프가 맞붙나

입력 | 2015-10-27 03:00:00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22일 하원 청문회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었다. 자신이 국무장관이던 2012년 리비아의 벵가지 소재 미 영사관을 무장괴한들이 습격한 사태를 조사하는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공화당의 총공세를 논리정연하게 막아낸 것이다. 11시간의 청문회는 클린턴의 외교적 식견과 강인한 체력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그 강철체력의 비법을 클린턴은 “요가”라고 답했다.

▷어제 68세 생일을 맞은 클린턴에게 10월은 행운의 달 같다. 15일 민주당 TV토론회에서 라이벌인 버니 샌더스보다 우세한 활약을 펼쳤다. 21일엔 잠재적 경쟁자 조 바이든 부통령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장관 시절 공적 업무에 사적 메일을 이용했다는 ‘이메일 스캔들’은 잠잠해지고 청문회를 통해 ‘나이 논란’을 잠재운 것도 성과다.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2017년 1월 그의 나이는 69세 3개월. 만약 당선되면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69세 11개월) 다음 가는 고령의 대통령이 된다. 나이에 대한 공격도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젊은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대선 주자 선출의 첫 신호탄이 될 아이오와 주 당원대회(내년 2월 1일)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 클린턴 전 장관이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는 반면,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의 1위’가 흔들리고 있다. 대선 민심의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주 여론조사에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가진 흑인 후보 벤 카슨에게 밀려난 것이다.

▷트럼프는 “카슨의 원기는 바닥 수준, 젭 부시보다 에너지가 떨어진다”며 비아냥거렸다. 신경외과 의사 시절, 머리 붙은 샴쌍둥이의 분리 수술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카슨은 반박했다. “에너지에 관해서라면 수술실에서 18∼20시간씩 힘든 수술을 해낼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나?” 독설로 에너지를 충전하는 듯한 백만장자 사업가와 요가로 체력을 다지는 전 대통령 부인, 이들은 ‘대세론’에 힘입어 내년 대선에서 맞붙을 수 있을까. 미국의 경선 구도 관전이 갈수록 흥미진진해진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