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사태가 바꿔놓은 유럽 정치지형
이날 출구조사가 발표된 뒤 PO를 이끈 에바 코파치 총리는 패배를 시인했다. PiS의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당수(66)는 이번 승리를 자신과 쌍둥이이자 2010년 불의의 비행기 사고로 숨진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의 공으로 돌렸다.
홀로 남은 야로스와프는 절치부심 끝에 자신은 킹메이커에만 머물며 젊은 대통령 후보와 여성 총리 후보를 내세웠다. 그 결과 5월 대통령 선거에선 43세의 안제이 두다가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번 총선에서는 코파치의 대항마로 발탁한 무명의 여성 정치인 베아타 시드워(52)를 총리로 만들었다.
난민 사태에 따른 국민적 불안을 파고드는 선거 전략도 주효했다. 유럽연합(EU) 체제에 회의적인 PiS는 EU가 할당한 난민 7000명 수용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유로화 사용에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 감세와 75세 이상 노인에 대한 공짜 약 제공 같은 포퓰리즘 공약을 내걸어 유권자들의 환심을 샀다.
이에 앞선 18일 실시된 스위스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SVP의 득표율 29.4%는 2011년 총선 득표율 26.6%(54석)보다 2.8%포인트 오른 것으로, 단일 정당이 거둔 총선 결과로는 한 세기를 걸쳐 가장 높았다. SVP의 연정파트너인 중도우파 자유민주당(FDP)의 득표율도 16.4%로 지난 총선보다 1.3%포인트 올라 3개 의석이 늘면서 이들 우파연정은 전체 200석 중 절반에 가까운 98석을 차지했다. 독일에선 난민 수용에 적극적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지지도가 역대 최저인 30%대로 떨어졌고, 오스트리아의 빈 시장 선거에선 극우 성향의 자유당 후보가 역대 최고인 32.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난민 홍수로 유럽의 우경화가 강화되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발칸 지역 11개국 정상은 25일 그리스와 동유럽 일대에 총 10만 명 규모의 난민수용소를 짓기로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뤄진 이번 합의에 따라 난민들의 1차 관문인 그리스에 연말까지 5만 명 규모의 난민수용소를, 마케도니아와 세르비아 등 난민들의 서유럽행 경로인 발칸 지역에 역시 5만 명 규모의 수용소를 각각 새로 건설한다. 이번 난민수용소 건설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원할 예정이다.
권재현 confetti@donga.com·이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