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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부러울 뿐인 日의 ‘핸드볼 사랑’

입력 | 2015-10-27 03:00:00


유재영·스포츠부 기자

25일 일본 나고야에서 벌어진 한국과 일본의 여자 핸드볼 경기는 ‘반전’이었다.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이 걸린 경기에서 한국은 초반부터 월등히 앞서 나갔다. 그러자 일본 핸드볼 관계자들과 취재진은 한국의 대들보인 김온아와 류은희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날 한국이 얻은 35점 중 22점을 합작한 둘의 활약에 일본 취재진은 넋을 잃었다. 한 일본 기자는 류은희의 슈팅 동작을 반복해 흉내 내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대표팀 김진수 단장은 “일본 관계자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김온아와 류은희를 일본으로 데려가고 싶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일본핸드볼협회 관계자로 보이는 60대 남성은 김온아와 류은희의 사인을 받기 위해 종이와 펜을 품에 안고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서성였다.

김온아와 류은희에 대한 자부심을 조금 잊고 경기 전후를 되돌려 보니 4000여 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일본의 핸드볼 열기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대표팀 임영철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분위기에서 선수들이 뛸 수 있게 해준 일본 측에 고맙다”고 말했다.

비록 실력으로는 한국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일본 핸드볼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응원은 상상 이상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스타일과 이력을 줄줄 꿰고 있는 일본 기자들의 반응도 충격이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일본 실업팀에서 선수와 지도자로 13년 동안 활약한 오성옥 씨는 “가족 중에 핸드볼 선수가 있으면 다른 가족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열렬한 핸드볼 팬이 된다. 결혼할 때도 상대 남자 집에 핸드볼 선수 이력을 가장 먼저 내세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온아와 류은희는 리듬체조 손연재만큼의 인기를 누리는 여자 스포츠 스타가 될 수 없는 걸까. 일본에서 한일전이 다시 열린다면 김온아와 류은희를 응원하는 일본 팬들도 상당히 있을 것 같다. 부러운 마음에 5003석 규모의 서울 송파구 SK핸드볼경기장이 만원 관중으로 가득 찬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나고야에서

유재영·스포츠부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