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칠레에서 막을 올린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청소년 국가대표팀이 선전을 거듭하면서 국내 프로축구 K리그 산하 유소년팀이 주목받고 있다. 이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 브라질전과 2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각각 결승골을 넣은 장재원, 오세훈(이상 울산 현대고)을 포함해 대표팀 엔트리 21명 중 16명이 K리그 산하 18세 이하 유소년팀 소속이다. 이들 16명 중 11명은 중학교 때부터 K리그 산하 15세 이하 유소년팀에서 뛰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1, 2차전에 선발 출전한 11명 중 공격수 이승우(FC 바르셀로나)와 수비수 윤종규(신갈고), 골키퍼 안준수(의정부 FC)를 제외한 8명이 K리그 산하 유소년팀 소속이다.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이 17세 이하 대표팀의 월드컵 조별리그 1위 통과에 자양분 역할을 했다’거나 ‘K리그 유소년 시스템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런데 조금 다른 얘기를 하는 축구인들이 있다. “K리그 산하 유소년팀을 17세 이하 월드컵팀 선전과 지나치게 연결시키는 감이 있다. 훈련 환경이나 시스템 등에서 K리그 산하 유소년팀이 학원 축구보다 나은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일반 학원 축구가 기여하는 부분은 말하지 않고 K리그 산하 유소년팀만 부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학원 축구 지도자의 하소연이 아니다. K리그 산하 유소년팀(18세 이하) 감독을 지낸 축구인의 말이다.
이 축구인은 K리그 산하 유소년팀의 선수 선발 과정을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국의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공 좀 찬다고 소문난 아이들 위주로 뽑는다. 발굴보다는 이미 검증된 아이들을 스카우트하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이 때문에 K리그 산하 유소년팀에서 연령대 국가대표가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는 얘기다.
K리그 산하 유소년팀 간의 선수 영입 경쟁도 치열하다. 선수 학부모들도 프로팀 입단 가능성이 높은 K리그 산하 유소년팀에 자녀를 보내고 싶어 한다. K리그 구단은 산하 유소년팀 소속 선수를 인원 수 제한 없이 우선 지명할 수 있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하면 17세 이하 국가대표팀을 많이 배출한 공을 K리그 유소년팀에만 돌리는 건 잘못이다. ‘리틀 기성용’으로 불리는 17세 이하 대표팀의 김정민이 광주 FC 산하 유소년팀 금호고 소속이라고 해서 김정민의 기량이 K리그 유소년팀에서 갑자기 성장했을 리 없다. 금호고 1학년인 김정민은 일반 학원 축구에 해당하는 서울 신천중을 나왔다.
청소년 대표팀이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는 K리그 유소년팀뿐 아니라 초등학교 중학교 학원 축구가 기여한 점도 크다. 이승우가 FC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입단할 수 있었던 건 이승우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0년 한국유소년축구연맹이 초등학생 유망주들을 데리고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 현지에서 대회를 개최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승우와 부상으로 이번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한 장결희가 스카우트의 눈에 들어 테스트를 거친 뒤 FC 바르셀로나에 입단할 수 있었다. 한국 축구 유망주를 양성하는 K리그 유소년팀의 역할을 낮춰볼 의도는 없다. 학원 축구가 기여하는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