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지적장애인 첫 마라톤 풀코스 완주한 정숙이씨
3급 지적장애인 마라토너 정숙이 씨(왼쪽)와 동반 주자 김병묵씨가 25일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에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펼쳐 보이고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3급 지적장애인 마라토너 정숙이 씨(24)가 2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마라톤대회에서 한국 여성 지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대회 풀코스(42.195km) 완주에 성공했다. 공식 기록은 5시간 3분 46초.
정 씨는 ‘감동의 마라톤’ 선수단 16명(동반 주자 5명 포함) 중 한 명으로 이날 대회에 참가했다. 감동의 마라톤은 장애인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와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에쓰오일과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장애인 마라토너를 선발해 국제 마라톤대회 참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정 씨는 일반인도 쉽지 않은 기록을 세웠지만 달리는 도중에 큰 고비도 있었다. 25km 지점부터 정 씨가 힘들어하는 기색을 보이며 속도가 크게 줄어든 것. 정 씨의 동반 주자로 나선 김병묵 씨(55)는 “힘들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뛰어 준 숙이에게 정말 고맙다”며 “체중을 5kg이나 빼는 등 훈련을 열심히 한 덕에 지적장애인 최초로 풀코스 완주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내가 이 기록을 도울 수 있어 보람찼다”고 말했다.
1급 자폐성 장애인 김상영 씨(25)도 풀코스 도전에 나서 5시간 8분 29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일부 구간에서 김 씨의 동반 주자로 나선 아버지 김백진 씨는 “아들이 달력에 이번 대회를 표시해 놓고 기다려 왔다”며 “장애 탓에 의사소통은 잘되지 않지만 달리고 있는 아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았다”고 말했다.
중장거리 육상 선수 출신인 송기홍 씨(45·청각장애 6급)는 3시간 12분 47초의 기록으로 풀코스를 뛰어 감동의 마라톤 선수단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송대경 감동의 마라톤 단장은 “쉽지 않은 마라톤을 장애인이 하는 것을 보고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을 동등하게 인식하고, 장애인들도 다른 종류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