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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실험적 작품, 지금은 낯익어

입력 | 2015-10-27 03:00:00

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 시즌 개막작 ‘해변의 아인슈타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 2015∼2016시즌 개막작 ‘해변의 아인슈타인’의 법정 장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 제공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이 2015∼2016시즌 프로그램 개막작으로 로버트 윌슨 연출의 ‘해변의 아인슈타인’을 23∼25일 공연했다.

‘해변의 아인슈타인’은 1976년 초연 당시 파격적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지금은 20세기 공연사의 고전으로 통한다. 스토리 중심인 기존의 오페라, 연극과 달리 특별한 스토리 없이 3가지 테마(기차, 법정, 야외-우주선)의 에피소드와 음악이 변주되며 반복되는 구조다. 노래 가사도 숫자로 이뤄졌거나 배우들의 독백도 대부분 도돌이표처럼 반복한다. 러닝타임은 4시간 40분.

이 작품은 1980년대 공연을 끝냈다가 2012년 리바이벌돼 세계 투어에 나섰고 이번 광주 공연을 끝으로 영구 폐기된다. 아시아예술극장은 이번 작품에 20억 원을 들일 정도로 공을 쏟았다. 20억 원은 2013년부터 2015∼2016시즌까지 3년간 이 극장의 운영비와 제작비로 책정된 예산 80억 원의 25%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폐기 직전 작품에 20억 원이나 들인 것은 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개막작을 40년 전 서양 작품으로 올린 것은 아시아의 동시대 예술작품을 선보인다는 아시아예술극장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해변의 아인슈타인’이 40년 전에는 실험적 작품이었으나 현재의 시각에선 낯익은 작품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실험적 작품 위주로 올린다는 극장의 방침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흐름을 담은 작품이 개막작으로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관객에 대한 배려가 소홀한 점도 눈에 띄었다. 극중 영어 대사 분량이 상당했지만 자막은 제공되지 않았다. 아시아예술극장 측은 “이미지극이기 때문에 대사는 의미가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영어 대사가 적힌 A4 용지 6장 분량의 인쇄물을 배포했다. 하지만 어두운 공연장에서 이를 보기는 힘들었다.

본보가 개관 전 지적한 극장 구조의 문제점(본보 7월 29일자 A1·8면)에 대한 우려도 또 한번 불거졌다. 본보는 당시 뒤쪽 벽면이 개폐식 유리로 돼 있어 외부 환경에 취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극장 측은 이번 공연을 위해 연출가인 윌슨이 요구한 내부 온도(섭씨 22도)에 맞췄다고 했지만 일부 관객들은 외풍이 불어 춥다며 공연 도중 밖으로 나와 하우스매니저에게 항의했다. 일반 극장에선 객석 내 온도가 거의 일정하지만 아시아예술극장은 유리벽 때문에 외풍이 불어 좌석에 따라 온도차가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예술극장 관계자는 “8월 말 유리벽에 방열재를 부착하는 보완작업을 완료했다”며 “23일 일부 관객의 항의로 극장 온도를 24도까지 올렸지만 아시아예술극장이 철골 구조로 지어졌기 때문에 시멘트로 지은 공연장들과 달리 체감온도가 높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