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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지킴이’ 자처한 의사들 “늠름한 국토의 막내 우리가 지켜”

입력 | 2015-10-27 14:42:00


<비바람 몰아치고 태풍이 불 때마다  안부가 걱정되었다.  아등바등 사는 고향, 비좁은 산천이 싫어서  일찍이 뛰쳐나가 대처에 뿌리를 내리는 삶. 내 기특한 혈육아,  어떤 시인은 너를 일러 국토의 막내라 하였거니  황망한 바다  먼 수평선 너머 풍랑에 씻기우는  한낱 외로운 바위섬처럼 너  오늘도 세파에 시달리고 있구나.  내 아직 살기에 여력이 없고  너 또한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듯  그 누구의 도움도 바라지 않았거니  내 어찌 너를 한 시라도  잊을 수 있겠느냐.  눈보라 휘날리고 파도가 거칠어질 때마다  네 안부가 걱정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믿는다.  네 사는 그 곳을  어떤 이는 태양이 새 날을 빚고  어떤 이는 무지개가 새 빛을 품는다 하거니  태양과 무지개의 나라에서 어찌  눈보라 비바람이 잦아들지 않으리.  동해 푸른 바다 멀리 홀로 떠 국토를 지키는 섬,  내 사랑하는 막내아우야.>
-오세영의 시 ‘독도(獨島)’ 중에서-

검푸른 동해바다 한복판에 우뚝 서서 국토의 한 쪽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독도는 우리 국민 모두가 사랑하는 ‘막내아우’다. 태풍과 눈보라, 아무리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언제나 그 자리에 버티고 서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독도가 115번째 생일을 맞았다.

“이렇게 독도를 가까이서 직접 보니 비장하면서 한편으론 처연하고, 또 늠름한 모습에 위안도 되고, 차마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가슴이 절로 벅차오릅니다.”

지난 10월25일 115주년 ‘독도의 날’을 맞아 독도를 직접 찾은 곽경근 씨(49)는 뱃머리에 올라 깊은 감회에 젖었다. 생애 처음으로 독도를 직접 봤다는 그는 “섬에 못 내려서 아쉽지만, 이렇게 돌아보는 것만으로 큰 감동이 전해진다”고 말했다. 이날 독도 부근 해상에는 4~6m의 높은 파도가 일어 배의 접안이 불가능했다. 결국 배에 탄 채 독도를 두세 바퀴 도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독도를 찾은 이유는 전국 2000여개 병의원이 진행하는 ‘나는 대한민국 의사입니다.’라는 캠페인 때문이다. 내과전문의면서 서울시개원내과의사회 공보이사 이기도 한 그는 이번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국 병의원들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독도의 날을 앞두고 진료실에 독도 알리기 포스터를 붙이고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독도를 홍보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독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환자와 함께 독도 포스터를 보고, 독도를 떠올리면서 한 번 더 독도를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자하는 것이 캠페인의 취지다.

독도를 직접 보고 싶어 이번 방문행사에 자원한 그는 “진료 스케줄이 빼곡했으나 동료의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독도 방문에 참가했다”면서 “언젠가는 독도에 꼭 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본 독도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어찌 보면 드넓은 바다 위 하나의 작은 돌섬에 불과하지만, 사진으로 보던 것과 달리 웅장하고 함부로 범하기 힘든 결연함이 느껴진다. 조금은 상투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국토는 우리가 지켜야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그는 이를 위해 앞으로 독도를 더 많이 이해하고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처럼 국민들이 독도의 이름을 더 많이 불러주고 아껴줬을 때 비로소 독도가 우리에게 꽃이요, 진정한 영토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병원 직원은 물론 환자들, 주변에 독도를 알리는데 더욱 앞장서겠다.”

울릉도=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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