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행세를 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대학교 환경미화원에게 거액을 받아 가로챈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현모 씨(35)를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현 씨는 2012년 4월부터 올 6월까지 3년여에 걸쳐서 서울의 한 대학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어머니의 동료 백모 씨(53·여)에게 2억 60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된 백 씨에게 “부동산 투자와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자금 융통이 안 되니 잠깐만 도와주면 금방 돈을 갚겠다”고 속이고 42차례나 명의를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백 씨에게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리게 하거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게 한 뒤 이를 가로챈 것이다.
피해자 백 씨는 새벽부터 오후까지 일하며 월 80만 원 가량을 받는 힘든 처지에서도 현 씨에게서 돈을 돌려받을 것이라는 기대로 계속해서 명의를 빌려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백 씨와 함께 일해 온 다른 환경미화원 중에도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여죄를 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 씨 명의의 부동산이 있긴 하지만 은행이 1순위인 담보가 설정돼 있어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위한 범죄예방 홍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형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