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500’ 박스는 비서진 입에서 나간 것 아니다. 언급조차 한 적 없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을 보좌해 온 최측근 이용기 전 경남기업 비서실 부장(43)이 이완구 전 국무총리(65)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밝혔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 당시 일부 언론은 성 전 회장이 2013년 4월 4일 이 전 총리에게 ‘비타500’ 음료박스에 3000만 원을 넣어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장준현) 심리로 열린 이 전 총리의 2차 공판에서 이 씨는 “문제의 보도가 나가기 전 해당 언론사에서 노란색 귤 박스가 전달됐다는 초고를 보여줘서 사실관계가 아니라고 했으나 기사가 바뀌어 나갔다”며 “비서진은 비타500 상자에 대해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도 없고 언급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과의 친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왜 성 전 회장과 자주 연락했다고 말하는지 답해 달라”며 직접 이 씨를 추궁하기도 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성 전 회장과 이 전 총리가 이 전 총리의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만났는지 여부도 첨예한 쟁점이 됐다. 현금이 든 쇼핑백을 성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수행비서 금모 씨도 두 번째 증인으로 출석해 “후보자 사무실에서 이 전 총리와 독대하고 있던 회장님 손에 직접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총리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돈을 건넸을 리가 없다.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총리 측은 공판 시작에 앞서 “당시에 성 전 회장이 아니라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을 만나고 있었다”며 김 의원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채택을 유보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