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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한파 경제지식인 후카가와 교수 “노동개혁 성공해야 한국 경제 산다”

입력 | 2015-10-28 03:00:00

“임금피크제 안하면 감원 불가피… 제조업-수출 의존하던 시대 끝나”
“의료 등 미래산업 발굴 주력을”




“한국은 노동개혁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개혁(노동, 공공, 금융, 교육)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동개혁 하나만 성공해도 큰 성과다. 도요타보다 생산성이 떨어진 한국 자동차 기업의 직원이 어떻게 도요타 직원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느냐.”

일본의 대표적 지한파 경제 지식인인 후카가와 유키코(深川由起子·57·여·사진) 와세다(早稻田)대 교수는 26일 일본 도쿄(東京)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회관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한 해법으로 이같이 조언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완성차 업계의 평균 급여는 9234만 원으로 일본 도요타(8351만 원)보다 높다. 반면 직원 1인당 매출은 7억4706만 원으로 도요타(15억9440만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후카가와 교수는 “노동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현재 한국 경제를 ‘위기’라고 봤다. 그는 “성장 모델이 없는 데다 5대 산업(자동차 철강 반도체 석유화학 조선)은 중국에 쫓기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이 한국 경제를 이끌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의료나 건강 등 미래 성장산업 발굴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국 기업들이 잇달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선 “당연한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없이 연공서열에 따라 월급을 받으면 기업은 결국 사람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예측 가능성’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는데 연금이나 복지를 얼마만큼 정부가 책임지고, 얼마만큼 개인이 책임질지 분명히 해야 한다. 예측 가능해야 개인들이 미리 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후카가와 교수는 예일대 국제경제학 석사와 와세다대 상학연구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대 경제학부 교수,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등을 지냈다. 한국산업연구원 객원연구원을 지냈을 뿐 아니라 ‘한국―어떤 산업발전의 궤적’(1989년), ‘한국 선진국 경제론’(1997년) 등과 같은 저서를 쓸 정도로 한국 경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말도 유창해 인터뷰는 한국말로 진행됐다.

도쿄=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