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 감독이 제작과 각본을 맡은 ‘수수께끼의 전학생’. TV도쿄 홈페이지 캡처
문제의 작품은 바로 지난해 TV도쿄에서 방영된 심야드라마 ‘수수께끼의 전학생’. 1967년 발표됐던 동명 SF소설이 원작으로 이와이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그렇다. SF다. 그것도 평행우주와 세계멸망, 공주님과 휴머노이드가 나오는 꽤나 ‘중2병’스러운 SF다.
하늘로 솟는 이상한 별똥별이 나타난 밤 이후로 고이치의 옆집 할아버지는 헛것을 보고, 학교에는 유령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나타난 수수께끼의 전학생 노리오는 이상한 언행으로 동급생들의 빈축을 산다. 고이치와 소꿉친구 미도리는 옆집 할아버지의 손자라는 노리오와 자꾸만 얽히며, 그의 비밀을 알아간다.
이와이 감독이 세상에 나온 지 반세기 가까운 작품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뭘까. D-8을 멸망시킨 폭발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프로메테우스의 불로 묘사된다. 그 불을 가까이서 쬐면 DNA가 파괴돼 죽음에 이른다. 원자력 발전과 그로 인한 방사능 노출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이 감독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반대 운동에 투신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 동기는 명확해진다.
이와이 감독은 자칫 원전 반대 캠페인이 될 수도 있었던 드라마를 첫사랑과 추억에 관한 드라마로 훌륭하게 견인해낸다. 세계 멸망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휴머노이드와 평범한 인간 소녀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싹트고, D-8 사람들은 이쪽 세계의 푸른 하늘, 밤하늘의 별, 맞아도 죽지 않는 비를 보며 감격한다. 드라마 내내 흐르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교복 입은 소년 소녀들을 지켜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떠올리며 감성에 젖게 된다. 이건, 장인의 솜씨가 분명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