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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컵 없는 사무실 어때요

입력 | 2015-10-28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0월의 주제는 ‘직장 에티켓’]<205>‘녹색’ 회사생활




신입사원 김모 씨(30)는 매일 오전 7시경 직장 사무실에 도착한다. 텅 비어 있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타 먹는 즐거움 때문이다. 아침 커피 한 잔이 김 씨에게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요즘 김 씨는 왠지 모르게 찜찜하다. 정수기 위에 붙은 ‘되도록 개인 컵이나 봉투 컵을 이용해 주세요’라는 글귀 때문이다. 김 씨는 “개인 컵을 사용하면 환경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당연히 알지만 매번 종이컵에 먼저 손이 간다”며 “하루 중 소중한 순간을 몇 원의 절약과 바꿀 수 없다는 생각과 나부터 절약해야 한다는 마음이 섞여 불편하다”고 말했다.

환경을 생각해 아끼고 절약하자는 ‘녹색생활’은 어렵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난 뒤 두세 장씩 뽑아 쓰는 일회용 휴지는 분명 아깝지만 직접 손수건을 갖고 다니기는 귀찮은 것처럼. 엘리베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하고, 수돗물도 아끼고…. 모두 실천을 반복해 습관을 들이지 않는 이상 힘들다. 사용 물품이 직장의 공용 물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직장인 최모 씨(28·여)는 “이미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여러 캠페인이 많이 진행됐지만 ‘지켜야겠다’는 생각보다 ‘식상하다’는 생각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에게는 종이컵 개당 온실가스 발생량은 약 11g, 우리나라 연간 일회용 종이컵 사용량 7만215t(종이컵 약 135억 개), 종이컵을 쓰기 위해 수천 그루의 나무가 벌목되고, 정화를 위해 수만 t의 물이 사용된다는 통계가 와 닿지 않는다.

대전에는 녹색생활을 실천하는 초등학교가 있다. 대전 서구 관저로에 위치한 느리울초등학교다. 학생들은 생활 속 물·전기 등을 절약할 때마다 녹색일기를 꼼꼼히 적는다. 처음부터 에너지를 아끼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학생들은 “1주일 정도 지나니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약 습관이 몸에 배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은다.

작게는 자기가 속한 회사의 경비를 아끼고 크게는 환경을 생각하는 작은 실천이 직장 에티켓의 첫걸음이 아닐까. 짧은 만족을 채우거나 번거로움을 느끼지 않기 위해 ‘나 하나쯤이야’ 생각하는 사람들 모두가 초등학생의 말을 한 번쯤 귀담아볼 필요가 있다. 기자도 마찬가지.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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